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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오스카 가상 녹화중계 [1]
김도훈 2006-03-16

슬픈 소식이 하나 있다면, 올해는 비욕이 오스카에 참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스카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에 따르자면 “비욕은 오스카 참석을 위해 예전에 입었던 백조 드레스를 다시 꺼내서 걸치던 중, 오리사냥 나온 부통령 딕 체니가 쏜 총에 맞아” 부상당했다고. 확실히 (비욕의 불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올해의 레드 카펫은 예년에 비해 수수했고, 정치적인 이슈를 짊어진 작은 독립영화들은 각종 미디어의 예상과 별 어긋남없이 골고루 상을 나눠 가졌다. 작품상 수상이 예상되었던 <브로크백 마운틴>이 <크래쉬>에 무릎을 꿇은 반전이 작은 놀라움을 안겨주었지만, 사실 올해의 오스카는 거대한 승자와 처절한 패자없는 화기애애한 결말로 마무리한 것이다. 지난 3월6일 거행된 제78회 아카데미상의 가상 녹화 중계를 지면에 펼친다.

작품상은 <크래쉬> <브로크백 마운틴>의 대결 구도

각 부문 수상 예측에 참고한 각종 영화상과 미디어 예측

시상식 결과 골든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전미평론가위원회(National Board of Review),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전미방송비평가협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미국영화배우조합상 미디어 예측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의 앤 톰슨, 로저 에버트,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IMDb(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 이용자들, <버라이어티> 인터넷 독자, <씨네21> 인터넷 투표

씨네21/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제78회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LA 코닥극장입니다. 일주일이나 늦은 주제에 실황 중계가 웬 말이냐고요? 이게 다 모 케이블 채널로 실황 중계를 지켜보던 오스카 팬들의 항의 때문입니다. 진행자들이 쓸모없는 정보를 주절주절 늘어놓느라 중요한 장면들을 다 끊어먹는 바람에 화병난 시청자가 한둘이 아니라죠. 하여튼 오늘의 리바이벌 중계를 도와주실 분은 와이오밍 출신이며 라스베이거스의 떠오르는 도박사인 잭 트위스트와 에니스 델 마씨입니다.

잭 트위스트(이하 ‘잭’)와 에니스 델 마(이하 ‘에니스’)/ (동시에 입을 ‘맞춘’ 듯) 안녕하세요.

씨네21/ 트위스트씨는 한큐에 거는 대담한 베팅으로 잘 알려져 있고, 델 마씨는 답답한 듯 신중한 베팅으로 유명하신 분이죠. 두분의 올해 오스카 예측은 어떻습니까?

에니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표가 갈릴 확률이 큽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영화가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 계열이고, 그 탓에 예전처럼 사활을 건 오스카 캠페인도 드물었죠.

잭/ 그래도 8천만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상영 중인 <브로크백 마운틴>이 올해의 승자가 될 것은 명백합니다. 호오가 분명한 정치적 소재를 건드리고 있는 <뮌헨>에 쉽게 표를 던지는 오스카 회원은 드물 것이고, <크래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 영화는 이미 지난 9월에 DVD가 출시된 작품입니다. 철지난 영화죠.

씨네21/ 어쨌거나 올해 오스카는 작고 정치적인 영화들의 격전이네요. 아! 스타들이 레드 카펫으로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레드 카펫의 승자는 등이 시원하게 팬 기라로시를 걸친 힐러리 스왱크와 금색 발렌티노를 우아하게 소화한 케이트 블란쳇이었죠. 두명의 베스트 드레서가 결국 상을 가져간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두분이 보기에 올해 레드 카펫의 승자는 누군가요?

잭/ 조지 클루니가 지금 “5년 동안 같은 턱시도를 입었다”고 말하고 있네요. 50년 된 턱시도를 입어도 섹시할 남자입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은색 타이는 마치 오스카 트로피에 맞춰서 입은 듯하네요. 어머, 테렌스 하워드 좀 보세요.

나오미 왓츠

씨네21/ 잠깐만요. 여배우들의 드레스에 대해 여쭤본 것이었읍니다만.

잭/ 음, 그렇군요. (헛기침) 올해 드레스들은, 뭐, 그냥 지루하네요. 온통 검은색과 흰색투성이인 것이.

에니스/ 전 나오미 왓츠의 드레스가 좋습니다.

잭/ 해골섬에나 어울릴 만한 지방시의 드레스군요. 나오미 왓츠와 무슨 관계라도 있으신 건지.

씨네21/ 그만들 하시고. 이제 쇼가 시작됩니다. 지난 오스카 진행자들이 모조리 제의를 거절하는 영상으로 시작하네요. 빌리 크리스털이 텐트에서 얼굴만 내놓고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자 텐트 한쪽에서 크리스 록이 수줍게 얼굴을 내밉니다. 스티브 마틴은 애들 키우느라 못하고, 데이비드 레터먼은 마틴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못하고, 이성애적인 농담은 아니죠? 마침내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가 등장합니다.

잭/ <브로크백 마운틴> 수상의 기운이 벌써 모락모락 피어오르네요.

조지 클루니는 오스카를 탄 첫 번째 배트맨

남우조연상 예측

조지 클루니 골든글로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 로저 에버트,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제이크 질렌홀 전미평론가위원회, <버라이어티> 독자, IMDb 이용자, <씨네21> 인터넷 투표 윌리엄 허트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맷 딜런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폴 지아매티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씨네21/ 니콜 키드먼이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두분은 어디에 베팅하셨습니까?

잭/ 에니스와 저는 모두 조지 클루니에 걸었습니다. 감독상과 각본상은 무리일 테고, 대신 오스카는 이 남자에게 조연상이라도 안겨서 보낼 작정일 겁니다.

남우조연상의 조지 클루니

씨네21/ 윌리엄 허트는 <폭력의 역사>에 단 10분 출연해 조연상 후보에 올랐네요. 만약 그가 수상한다면 8분 출연으로 수상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주디 덴치와 <네트워크>(1976)에 5분40초 출연해 수상한 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에 이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겠습니다… 만. 두분 예상대로 조지 클루니가 가져갑니다. “이제 감독상은 못 받겠군요”라는 농담으로 시작한 그는 흑인들이 극장의 뒤쪽에만 입장이 허용되었던 1939년에 헤이 티 맥대니얼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겼던 역사를 상기시키며 오스카에 영광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로써 그는 오스카를 수상한 첫 번째 배트맨이 되었습니다.

잭/ 첫 번째라니요. 다른 배트맨들이 오스카를 수상하는 날이라도 온다는 말입니까?

씨네21/ 또 모르죠. 60살이 된 발 킬머가 자신의 숨겨진 천재적 연출력을 발견할지 또 누가 압니까. 벤 스틸러가 녹색 타이츠를 입고 나와서 특수효과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수상작은 역시 <킹콩>입니다.

에니스/ 기술부문 상들은 <킹콩>과 <게이샤의 추억>이 거의 다 쓸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작품상 후보 중에는 기술적으로 잘 다듬어진 스튜디오 대작이 없거든요.

씨네21/ 에니스씨의 예측과 동시에 <게이샤의 추억>의 콜린 앳우드가 의상상을 수상합니다.

여우조연상 예측

레이첼 와이즈 골든글로브,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IMDb 이용자들, <버라이어티> 독자들, <씨네21> 인터넷 투표 에이미 애덤스 전미비평가협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로저 에버트 캐서린 키너 LA비평가협회

에니스/ 여우조연상은 레이첼 와이즈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를 만큼 비중이 큰 역할이었고, 골든글로브도 무난히 가져갔으니까요.

잭/ 미셸 윌리엄스와 에이미 애덤스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젊은 여배우에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놀랐지?’라고 하는 게 오스카의 버릇입니다. 94년의 안나 파킨과 95년의 미라 소비노가 그랬죠. 최악의 경우라면 93년에 <나의 사촌 비니>로 수상한 마리사 토메이도 있고. 심지어 시상자가 수상발표를 잘못했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그때 후보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주디 데이비스, 미란다 리처드슨이었거든요.

여우조연상의 레이첼 와이즈

씨네21/ 임신 7개월의 레이첼 와이즈가 조연상을 낚아갑니다. 남자친구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표정 좀 보세요. 지금까지는 에니스씨의 예측이 잘 들어맞는 편이군요. <펭귄: 위대한 모험>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가져갔고, 펭귄처럼 뻣뻣한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이 <게이샤의 추억>에 미술상을 안겼습니다.

잭/ 그래도 작곡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에게 돌아갔지 않습니까. <브로크백 마운틴>의 오스카 정복을 예감하는 전주곡입니다.

에니스/ 양대 조연상을 다 놓치고도 그런 말이 나오시나요.

씨네21/ 두분 진정하시고. 존 스튜어트가 “핵폭탄이 터지면 이분들이 인류의 번식을 맡아달라”며 음향상 시상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박할 수가 없네요. 이브와 아담, 제시카 알바와 에릭 바나입니다. 결국 음향상과 음향믹싱상도 모두 <킹콩>에 돌아갔습니다. 다음은 편집상인데, <브로크백 마운틴>이 후보에 올라 있지 않군요. 유력한 작품상 후보가 편집상 후보에 오르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요.

에니스/ 쉿! 편집상 시상입니다. 아, <크래쉬>가 가져갑니다! 이로써 <크래쉬>가 오스카 작품상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군요.

오스카 비공식 부문 수상 결과

로버트 알트먼

최우수 수상소감상 - 로버트 알트먼 공로상을 받기 위해 자리에 오른 로버트 알트먼의 감동적인 한마디. “11년 전에 저는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심장을 얻은 거지요. 아마 30대 후반인 여성의 심장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것으로부터 계산해보자면 당신들은 이 상을 너무 일찍 저에게 주는 겁니다. 아직까지 저는 40년 정도 살날이 더 남아 있으니까요.”

최우수 시상자장 - 벤 스틸러와 알트먼의 여인들 초록색 전신 타이츠를 입고 진지하게 “전세계 수백만 시청자들이 내 머리만을 보고 있다”던 특수효과상 시상자 벤 스틸러. 물론 오스카쪽은 그린 스크린 합성을 미리 준비한 적이 없었다. 가장 돋보였던 시상자는 알트먼에게 공로상을 수상하러 나온 릴리 톰린과 메릴 스트립. 정신없는 알트먼식 중복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으며 웃음에 인색했던 시상식 관객을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최우수 수상자상 - <펭귄: 위대한 모험> 제작진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펭귄…>의 제작진들은 황제 펭귄의 인형을 안고 등장했다. 펭귄어로 첫 소감을 말하는 센스를 발휘한 그들은 결국 펭귄어에 가까운 영어로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그들은 프랑스인). 가슴을 치며 콩 흉내를 낸 <킹콩>의 기술팀은 차점상.

최우수 레드카펫 코멘트상 - 조지 클루니 <굿 나잇 앤 굿 럭>을 패러디하며 “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싫어요. 몰래 말하자면, 혹시 리안이라는 남자 아십니까? 전 그 남자가 싫어요. 공산주의자가 분명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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