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구두는 정말 고문이더라”
지난 2003년작 <브루스 올마이티>에 이어 <뻔뻔한 딕 & 제인>에서도 주연은 물론 프로듀서로 맹활약을 펼친 짐 캐리는 18살 된 딸이 “이제는 내 코미디 연기를 창피해하기보다는 자랑스러워한다”며 감동하는 따뜻한 미소를 가진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출세작인 <에이스 벤츄라>에서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다시 한번 보여준 그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 공세에도 유머감각과 미소를 잃지 않고 끝까지 임했다.
-‘셰어’ 분장이 잘 어울리던데. =진짜? 다른 사람들은 남자 같은 여자라던데…. 혼자 상상할 때는 무척 섹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 아니더라. 딸이 그때 세트에 놀러왔는데 이러더라. “지금까지 별거 다 봤지만, 이번엔 평생 남을 상처를 입었다”고. (웃음) 그런데 여자 구두는 진짜 고문이더라. 여자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뻔뻔한 딕 & 제인>을 리메이크하게 됐나. =원래 리메이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엔론사건 스캔들을 다룰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끌렸다.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현대인이 직·간접적으로 대기업에 속해 있거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미디언이 아프고 불편한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
-테아 레오니도 당신에 버금가는 코믹 연기를 보여줬는데…. =처음부터 서로 잘 맞았다. 테아와 난 매니저가 같다. 매니저가 몇년 동안 테아와 함께 작업해보라는 권유를 해서 이번 영화를 같이 하게 됐다. 그녀는 섹시하고, 남성다운 터프함이 있어 코믹 연기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영화에서 주인공 딕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데, 당신도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지. =아버지가 51살 때 직장을 잃어서 우리 가족은 미니밴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말하자면 ‘프로페셔널 캠퍼’라고나 할까. (웃음) 그때부터 정신적인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족만 있으면 물질적인 것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제나 그렇게 낙천적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가톨릭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생 선생이 그러더라. 기도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그때 내가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이 자전거였는데, 아버지가 못 사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전거를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2주 정도 지났나, 가족이 멋있는 새 자전거를 둘러싸고 서 있더라. 이게 뭐냐고 했더니, 내가 추첨에서 뽑혀 받은 상품이라고 했다. 내가 넣은 것도 아닌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친구 중 한명이 자기 이름을 넣으면서 내 이름도 같이 추첨통에 넣었다더라. 내 인생은 다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풀려나간 것 같다. 어딘가 도와주는 높은 분이 있나보다. (웃음)
-프로듀서와 주연을 함께하는 것이 어렵진 않은지. =오랫동안 해온 거다. 이제야 크레딧을 얻어서 그런 거지. (웃음) 캐스팅 등 많은 부분에서 관여를 해왔다. 모두가 내 의견을 들어주었고, 존중해주었다. 물론 프로듀서와 연기를 같이 하면 영화를 모든 면에서 도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포스터에서 얼음에 누워 있는 사진을 쓰게 한 것도 내 의견이었다. 스타의 얼굴을 크게 써야 한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 사진이 샤갈의 그림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넣지 않으면 너도 죽고, 나도 죽을 거라고 협박(?)해서 겨우 얻어냈다. (웃음)
테아 레오니 인터뷰“몸으로 하는 코미디 연기가 좋다”
90년대에는 섹시한 모델 타입의 여자친구에서, 결혼 뒤 2000년대에는 다소곳한 부인 역으로 익숙했던 테아 레오니는 애덤 샌들러 주연의 <스팽글리쉬>에 이어 <뻔뻔한 딕 & 제인>에서도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스테레오 타입에서 완전히 벗어난 코믹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는 <X파일>의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아내로 더 알려진 레오니의 실제 모습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화통한 여장부였다. 앙고라 털이 눈에 들어가 눈을 연신 깜빡이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그녀는 “튜렛신드롬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다”며 너스레를 떨고, 인터뷰 중 욕설이 튀어나오자 “우리 엄마가 읽으면 기절하시니까, 방금 한 말 빼달라”고 때를 쓰다가 외국 기자단이라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녀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위해 몸바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몸으로 하는 코미디 연기를 무척 좋아한다. 계단에서 떨어지는 연기라면 하루 종일 할 자신도 있다. (웃음) 영화 속에서 카운터를 넘어가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테이크를 9번 간 것 같다. 프롭마스터가 내가 다칠까봐 카운터를 너무 많이 치워서, 테이크를 할 때마다 카운터에 더 많은 프롭을 가져다놔야 했다. 9번쯤 해보니 팔에 감각이 없어져 끝을 냈다. (웃음)
-상당히 건강해 보인다. =<스팽글리쉬> 끝난 뒤 이 작품을 했는데, 그때부터 요가를 했기 때문에 계속 필라테스로 몸을 유지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운동하냐고? 몇 시간은 무슨, 40분이나 하면 다행이지. (웃음)
-짐 캐리와의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짐은 즉흥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혼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을 포함해서 하는 스타일이라서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코미디 배우는 언제나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난 짐과 같은 파트너를 만나 상당히 운이 좋다.
-매니저가 같아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됐다던데. =(폭소) 사실은 내가 짐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를 고용했다. 몇년 동안 계속 못살게 굴어서 이번 영화를 하게 된 거다. 이제 소원을 풀었으니 매니저를 해고해야겠다. 매번 10% 주는 게 어찌나 아깝던지…. (웃음)
-다음 작품도 코미디인가. =다음 작품은 벤 킹슬리와 할 예정이다. 음, 코미디와는 약간 거리가 있을 것 같지 않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