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인의 좌충우돌 인생역정 그린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
원작 <미녀는 괴로워>/만화/서울문화사 펴냄/ 스즈키 유미코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누가 보더라도 눈부신 쭉쭉빵빵 미인 칸나즈키 칸나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칸나즈키는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의 소유자였지만 수백만엔짜리 전신성형을 통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하게 된 것. 졸지에 미인이 된 그는 ‘뚱녀’ 시절에 비해 180도 바뀐 주위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대접을 실감한다. 단지 외모가 비호감이라는 이유만으로 칸나즈키를 괄시하던 사람들은 칸나즈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내며 그녀를 떠받든다. 사실, 칸나즈키가 전신성형을 감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흠모해왔으나, 뚱녀 시절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꽃미남 코스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코스케 앞에 나타나 자신의 외모를 뽐내지만, 코스케는 칸나즈키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뚱녀 시절의 마음씨에 끌린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칸나즈키는 ‘사과하지 않고, 돈 내지 않으며, 줄 서지 않고, 걷지 않는’,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미인의 행실을 따라하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이렇게 <오! 브라더스>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버전 <미녀는 괴로워>는 기본적인 설정만을 만화에서 취할 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미녀는 괴로워>는 김용화 감독이 우연히 만난 한 여자 가수지망생의 절절한 사연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그녀는 가창력은 뛰어나지만, 단지 외모 때문에 좌절했던 것. 결국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한나(김아중)는 뚱뚱한 외모의 가수지망생으로, 남자주인공 상준(주진모)은 명성 높은 음반프로듀서이자 그녀의 매니저로 등장한다. 또 김용화 감독은 성형수술 받은 여성들과의 1년여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한국사회에서 성형의 의미를 영화 속에 녹여낼 생각이다. 김용화 감독은 “내가 지금보다 높은 지위의 뭔가가 되기 위해 과거의 나를 포기했다면 과연 행복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계획”이라고 밝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장르적으로는 코미디지만,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제작진은 한나의 뚱뚱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을 투입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제작 제네시스픽쳐스, KM컬쳐 감독 김용화 개봉 4∼5월 촬영 시작, 12월∼2007년 1월 개봉예정
지친 아버지들에게 보내는 응원가한국 아버지 버전 <싸움의 기술>인 <플라이, 대디, 플라이>
원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Fly, Daddy, Fly)/소설, 영화/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소설 <GO> <레벌루션 NO.3> 등으로 알려진 재일동포 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가 시나리오로 먼저 쓴 뒤 소설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 세상 모든 지친 아버지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지만 <GO>에서 그랬듯 재일동포가 느끼는 깊은 소외의식과 벽이 작품 속에 기둥처럼 버티고 있다. 스즈키 하지메는 47살의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어느 날 자신의 유일한 꿈이자 행복인 딸 하루카가 잘나가는 고교 복싱 챔피언에게 형편없이 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다. 희롱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스즈키는 남학생 일당이 돈과 명성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에 분노하지만, 완력조차 지니지 못한 평범한 그는 초라하게 물러서고 만다. 하루카가 아빠에 대한 실망과 사건의 충격으로 바깥세상과 단절하자, 회한의 분노에 휩싸인 스즈키는 인생과 주먹에 통달한 재일동포 고교생 박순신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이들은 문제의 고교 챔피언과 대결하기 위해 40일간의 파이터 특훈에 들어간다.
영화는 이렇게 일본영화는 아이들 스타 오카다 준이치에게 재일동포 고교생 박순신 역을 맡겨 지난해 7월 일본에서 개봉했다. 최종태 감독과 다인필름의 고규섭 대표는 일본에서 영화화하기 전 일찌감치 판권 섭외에 들어갔으나, 원작가가 일본 내 영화화 문제가 먼저 풀려야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미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최종태 감독은 “내가 동의한 것은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닌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어서, 일본영화에서 차이점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원작 소설을 한국의 정서에 맞도록 방향을 잡았다”며 “이 영화는 내 나이대의 이야기로, 딸을 가진 아빠로서 스즈키에게 공통분모를 가진다. 한국사회에서 가장이자 아버지가 갖는 의미를 유쾌한 감동의 드라마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 아이엠픽쳐스, 다인필름 감독 최종태 출연 이문식, 이준기 개봉 2월19일 크랭크인, 7월 개봉
시위장에서 꽃핀 적과의 사랑한국형 ‘로미오와 줄리엣’ 드라마 <비룡전>
원작 <비룡전>(飛龍傳)/연극 <초급혁명강좌 비룡전>/쓰카 고헤이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가쯔라기는 탁월한 리더십과 준수한 외모를 가진 전공투의 핵심인물이다. 재벌가의 무남독녀 간바야시 미찌코도 그러한 가쯔라기에 반해 그를 짝사랑한다. 가쯔라기는 이러한 간바야시를 데모대의 선두에 내세우고 학생들은 폭발적인 호응을 보인다. 간바야시는 40만 전공투의 워원장으로 부상하며 내적으로도 성장한다. 애초 의도와 달리 간바야시가 자신과 멀어지는 것을 느낀 가쯔라기는 장래를 위해 학생운동을 그만두고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 한 동료가 그것을 눈치채고 가쯔라기는 전공투에서 제명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를 철회하기 위해 기동대에 접근하여 정보를 빼내려는 간바야시. 상대는 경시청 제4기동대의 ‘도깨비 대장’으로 악명 높은 야마자키 잇페이다. 한편 간바야시의 의도를 모르는 순수한 남자 야마자키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연일 계속되는 시위 진압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차 그녀를 구해낸다. 간바야시도 점차 이러한 야마자키의 호의에 마음이 기운다. 전공투 지도부는 간바야시에게 야마자키와 동거할 것을 요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간다. 두 사람은 결전을 하루 앞두고 사랑을 고백하고 각자의 진영으로 쓸쓸히 돌아선다. 그리고 전국에서 580만명이 궐기하고, 도쿄에서만 15만명의 데모대가 운집한 국회 대회전이 그들의 운명 앞을 가로막는다.
영화는 이렇게 연극 <초급혁명강좌 비룡전>은 일본 학생운동이 정점에 치달았던 1973년에 초연됐고 당시에는 연출가, 배우, 관객이 공히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데모대와 기동타격대의 충돌로 사망한 실존인물인 도쿄대 재학생 간다 미치코를 여주인공의 모델로 삼았기에 반향은 더욱 컸다. 1990년 이후 다섯명의 여자 톱스타들을 차례로 기용하며 공연된 <비룡전>은 일본 연극계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다. 1998년에 이 작품을 신주쿠 양산박 극단의 재일동포 연출가 김수진이 연출하여 요미우리 연극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히로스에 료코가 간바야시 미찌코 역으로 발탁됐고 공연 도중 임신 사실을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비룡전>은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학교 출신으로 150편의 CF 경력을 쌓은 김성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원작을 1980년대 국내 학생운동 상황에 접목하여 각색한 다음, 한국형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풀어낼 생각이다.
제작 다인필름 감독 김성환 개봉 가을 촬영, 2007년 초 개봉예정
야쿠자 호텔의 기묘한 동거인들아사다 지로 원작의 드라마 <프리즌 호텔>
원작 <프리즌 호텔>(PRISON HOTEL)/소설/우리문학사 펴냄/아사다 지로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주인공 기토 코노스케는 아버지의 기일에 찾아온 삼촌의 방문이 마땅치 않다. 삼촌 나카조가 거대 야쿠자 두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코노스케 역시 야쿠자들의 세계를 소재로 소설을 써 유명세를 얻은 작가다. 나카조 삼촌은 자신이 경영하는 호텔을 세웠다며, 코노스케를 초대하고, 그는 충동적으로 애인 기요코와 함께 그곳을 찾는다. 호텔의 종업원들 대다수가 야쿠자인 ‘쿠유모토 수국 호텔’. 사람들은 그곳을 ‘프리즌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각계 각층의 인간 군상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2박3일간의 이야기를 만든다. 같은 유명 호텔에서 일하다 우연한 사고로 쫓겨나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지배인 하나자와 카즈마와 요리사 핫도리 셰프. 사업이 파산하여 동반 자살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온 오다지마 등등. <철도원> <파이란>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작품이다.
영화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전작 <귀여워>의 연장선이 될 것 같다”고 김수현 감독은 말한다. “주인공인 소설가의 내면 흐름을 좇을 것이고, 한두명의 인물들이 더 추가되고 적당한 멜로가 가미된다. 큰 사건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처와 사연들을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다. 반면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인물들을 둘러싼 공기의 느낌이다. “근거없는 낙관이나 비전을 무작정 던져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는 소설의 시리즈 네편 중 부제가 달려 있지 않은 내용(여름 이야기에 해당)에 기초하고 있다. 원작자 아사다 지로는 호텔에 대해 “조잡하고 포악하고 비상식적이어서,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소”, 그러나 “메이저 세계의 논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뇌가 마이너 세계의 에너지에 의해 간단히 계몽되고 해결되는 세계”라고 설명하는데, 전작 <귀여워>에 등장한 공간과 연계되는 점이 많다.
제작 튜브픽쳐스 감독 김수현 개봉 캐스팅 중 여름 크랭크인 예정
정말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1997년도 일본 호러소설 대상작이 원작인 <검은 집>
원작 <검은 집>(黑い家)/소설/창해 펴냄/기시 유스케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검은 집>은 생명보험 회사 교토 지사에서 사망보험금 사정(査定) 업무를 맡고 있는 보험조사원 와카쓰키 신지를 주인공으로 한다. 어느 날 와카쓰키는 한 고객으로부터 집으로 찾아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 집 안에서 와카쓰키는 목매달아 죽은 고객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어릴 적 형의 자살사건을 떠올린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이라고 판단한 와카쓰키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보험금 지급을 미루지만, 고객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지를 찾아와 보험금을 요구한다. 1997년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소설 <검은 집>은 발표 당시 일본사회에 충격을 던진 일련의 사이코패스(겉보기는 멀쩡한 이상성격자) 범죄와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작품은 정말 무서운 것은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영화는 이렇게 김성호 감독이 각색하고 신인 신태라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판 <검은 집>은 일단 원작의 맛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린다는 기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릴러, 호러 장르영화의 컨벤션을 활용하면서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한국적 맛을 부여한다는 생각. 보험조사원이 한 소년의 의문스러운 사망사건을 파헤치면서 일상 속 사이코패스와 맞닥뜨린다는 원작의 기본 골조를 수용하면서 디테일은 한국적인 상황으로 바꾼다는 계획.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팀장은 “고도의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달라 원작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유영철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도 사이코패스 범죄와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라 공감대는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태라 감독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 <검은 집>이 다소 차가운 느낌을 줬다면 영화는 인간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따뜻함을 부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간관계의 그늘을 파헤쳐온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마무리짓고 있다.
제작 CJ엔터테인먼트 감독 신태라 개봉 5∼6월 촬영 시작, 하반기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