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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먼의 저항적 뮤지컬, <헤어>

<EBS> 1월21일(토) 밤 11시30분

뮤지컬은 대중적이면서 엔터테인먼트 속성이 강한 장르다. 진 켈리와 프레드 아스테어 등의 스타들은 뮤지컬의 황금기를 가져왔으며 무대극을 벗어나 스크린에서 뮤지컬이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60년대 이후 이 로맨틱한 장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토요일 밤의 열기>(1977) 등이 새로운 유행을 창조한 것이다. <헤어>에 이르러 뮤지컬은, 록음악이라는 장르와 성공적으로 만나게 된다.

오클라호마의 작은 마을 출신인 클라우드는 입영을 앞두고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그곳에서 징병을 기피한 채 떠도는 몇명의 히피들을 만나는데, 그들의 리더인 버거는 클라우드에게 며칠 동안 자신들과 함께 지내자고 제안한다. 망설이던 클라우드는 어느 사이엔가 그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우연히 만난 부유한 집안 출신의 실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훈련소로 떠나고 모두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헤어>는 원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던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 영화는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베트남전과 히피 세대, 그리고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당시 히피 문화와 청년 문화를 그려내는 데 중요한 것이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헤어스타일이다. <헤어>에서 장발의 히피들은 특이한 옷차림에 자유분방한 태도로 일상을 보내며 기존의 권위, 종교적 억압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전쟁에 관해서도 회의적이다. 영화에서 버거는 클라우드를 만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군인으로 변장하며 자신이 대신 전쟁터로 떠나는 상황에 놓인다. 직접적인 반전의 태도다. 뿐만 아니라 히피들은 근엄한 파티를 한순간에 우스꽝스럽게 만들며 공원에서 자유롭게 춤추고 때로 과감한 노출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렇듯 저항적 이데올로기, 냉소적이면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헤어>는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계보에 속하는 작품이라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에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으로 잘 알려진 밀로스 포먼 감독은 대중적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논쟁적 인물이나 소재를 즐겨 작품에 끌어들인 바 있다. <아마데우스>(1984)와 <래리 플린트>(1996) 등이 그 경우이다. 예술과 개인의 문제, 사회적인 억압과 자유 사이의 갈등이 밀로스 포먼의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할 때 <헤어> 역시, 그런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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