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감독 시드니 퓨리 출연 제니퍼 틸리, 대릴 한나 장르 스릴러 (메트로)
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할리우드영화 속 여성적대의 공격성은 항상 편향된 선악과 이데올로기를 근거로 한다. 저학력에 못생기기까지 한 여성, 게다가 노동자계급 출신에 약간의 이상성격적 징후를 지니기라도 하였다라면, 그녀는 여지없이 엑스트라! 아니면 공포나 스릴러영화의 사이코이다. 남성들이 타자화하는 여성혐오의 대상은 그것이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일 때보다는 오히려 모성이나 섹슈얼리티, 지성과 같은 아주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여성성에서 추출된 개념이거나 혹은 그네들이 신비화한 여성성의 캐릭터에 부합되지 못한 그런 것일 때 발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 <코드>는 여성의 ‘모성성’에 대해 편견과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선악을 구분하고 공포와 스릴러를 유발하는 여성적대에 관한 또 한편의 텍스트라 할 만하다.
부유한 사업가 부부 잭과 앤(대릴 한나)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미고 있지만 오직 하나,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시험관 아기라는 인공시술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출장을 다녀온 사이 아내 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이를 그녀의 사고사로 단정짓는다. 그러나 앤은 외딴 시골마을의 지하실에 납치되어 있었다. 납치극의 주인공은 앤이 다니던 병원에서 일하던 프랭크(빈센트 갤로)와 그의 아내 헬렌(제니퍼 틸리). 그들 역시 아이를 기형아로 유산하게 되자, 시험관 시술을 하던 앤에게 헬렌의 난자를 주입해 아이를 낳으려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두 여인의 모성적 집착을 선한 것과 악한 것으로 구분하며 공포와 스릴러 효과로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다분히 장르 관습적이며 또한 이야기 자체도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유산에 대한 상처를 복수의 광기로 풀어낸 점은 <요람을 흔드는 손>과 닮아 있으며, 그리고 납치, 감금, 고문에 관한 설정은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를 연상케 한다. 이 작품에서 악한 모성과 사이코 살인마의 악녀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는 <바운드> <브로드웨이를 쏴라>에 출연한 바 있는 제니퍼 틸리. 어딘지 천박하고 요부 같은 그녀의 이미지와 듣기 거북한 말투는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 못지않게 엽기적이다. 반면 <블레이드 러너> <스플래시>에 출연한 바 있는 대릴 한나는 연약하면서도 자신의 아이와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강인함을 발휘하는 부르주아 여인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묘사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감금과 살해, 엽기라는 스릴러영화의 전형적인 코드로 채워져 있어서 스토리상의 흥미로움과 궁금증을 크게 유발시키지는 않지만, 그러면서도 순간순간을 섬뜩하게 만드는 이미지들과 후반부의 반전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충분히 고조시킨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