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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들>의 배우 이병준
오정연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5-12-22

10년 동안 뺀 살 다시 찌웠다

그곳에서 그는 ‘교수님’으로 통한다. 이문식, 오달수 등 어딘지 기이한 면모를 물씬 풍기는 네명의 동네 토박이와 당당한 풍채를 지녔음에도 한없이 주눅 든 교수님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하루 동안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한 폭력상황을 그리는 원신연 감독(<가발>)의 두 번째 영화 <구타유발자들>. 혹한 속에서 꿋꿋하게 진행되는 현장을 찾았고, 나이 어린 제자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호되게 대가를 치르는 음대 교수 영선을 연기하는 이병준을 만났다. 몇편의 드라마와 영화, 다수의 뮤지컬 경력을 지닌 그에게 낯선 영화현장이 어려울 법도 하건만, 낮게 깔리는 특유의 목소리는 테이크마다 안정적이고, 이를 바라보는 감독의 눈길은 따뜻하기만 했다.

-그간의 경력이 궁금하다. =연기를 전공한 뒤 정극에만 출연하다가 87년부터 성악레슨을 받은 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 뮤지컬단 소속 배우로 활동했다. 웬만큼 유명한 뮤지컬은 전부 공연했고, <패션 70s> <남자가 사랑할 때> 등 SBS 드라마 다수에 출연했다. 첫 영화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현재는 백제예술대학 뮤지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점잖지 못한 역할에, 현장진행 강도도 세고, 여러모로 망설여졌을 것 같다. =항상 영화를 하고 싶었다. 첫 영화 때의 인맥으로 출연한 <영원한 제국> 때는, 분량이 끝난 뒤에도 계속 현장에 있다가 무관 내시로 뒷모습만 등장했다. 이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데 급급한 드라마와 달리, 배우가 자신의 것을 녹여낼 수 있는 영화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그동안은 극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TV 출연을 하려다보니 기회가 안 닿았던 것뿐이다. 그러다 내가 곰으로 출연한 뮤지컬 <정글북>을 관심있게 봤던 원신연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왔는데, 그땐 너무 기뻤다. 워낙 구성이 좋아서 모자라는 연기력도 커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회사 중역 같은 무게있는 역할만 했더니 보기 드문 교수 캐릭터를 하게 된다는 게 좋았다. 그런 건 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성악의 특성상 스킨십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제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선생으로 출연하다보니 그런 것은 좀 신경이 쓰이더라. (웃음)

-오랜만의 영화 출연임에도 극중 비중이 꽤 크다. =처음에 감독님께 그런 말을 했다. 이런 역할은 유명한 분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은 나를 캐스팅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시나리오가 찢어질 정도로 여러 번 봤다. 처음엔 카메라가 바스트숏 정도만 잡아도 관객이 혐오스럽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이제는 감독님께서 나의 장점을 다 뽑아주신다는 걸 아니까 너무 재밌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거의 확인하지 않더라. =모니터를 보면 연기가 주관적이 될 수 있다. 나도 학교에선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감독님을 완전히 믿고 있다.

-매일같이 추운 곳에서 촬영이 진행되는데, 체력도 좋아야겠다. =영화에 출연하려고 10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서 8kg를 뺐다. 감독님이 영선은 거구여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다시 찌우긴 했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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