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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굿 우먼>

남녀관계에 통달하고 그로 인해 부와 악명을 동시에 얻은 얼린 부인(헬렌 헌트)은 뉴욕 사교계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어 로마행을 감행한다. 휴양지의 로맨틱한 정서와 일탈 욕구 때문인지 그녀는 로마에 놀러온 미국 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재기에 성공한다. 반면 이제 갓 결혼 1년차를 맞는 메그 윈드미어(스칼렛 요한슨)는 사랑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얼린 부인을 경멸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 로버트는 몰래 얼린 부인의 펜션을 드나들며, 그녀의 호화스러운 휴가를 위해 수표를 지불한다. 메그에게 한눈에 반한 남편의 친구이자 천하의 바람둥이인 달링턴은 이 사실을 메그에게 귀띔해준다. 남편과 얼린은 부인하지만, 소문과 정황은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신하게 한다. 게다가 바람둥이 달링턴의 사랑 고백은 배신당한 메그의 마음에 너무나 달콤한 위안을 준다. 과연 사랑의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좋은 여자란 과연 어떤 여자일까?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지녀야 할 미덕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는 오스카 와일드를 빌려 1930년의 뉴욕과 로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처음에 얼린 부인과 메그는 이블 우먼과 굿 우먼이라는 상반된 가치관의 양극단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기치 않은 운명의 장난으로 그들의 세계관이 충돌하지만, 서로의 미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두 인물은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시작한다.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던 여인은 갈등없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불나방처럼 방황하던 사랑은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게 된다.

언제나 현명하고 소탈한 여인의 전형이었던 헬렌 헌트가 요부가 되고, 톡톡 튀는 신세대의 표상이었던 스칼렛 요한슨이 청순한 새댁이 된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하지만 두 여배우가 시대극이라는 장르에 적합한 마스크인가는 약간 의문이다. 이 영화에서 제기된 여성의 성적 해방에 대한 문제는, 오스카 와일드 시대에는 날카로운 비판적 통찰을 담지하고 있었겠지만 21세기에 재현되기 위해서는 좀더 세련된 각색을 거쳐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그와 얼린 부인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 계기는 너무나 예외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고, 그들이 도달한 결론도 지나치게 순진해서 ‘굿 우먼’이라는 밋밋한 제목만큼이나 심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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