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살던 미국인 카일(조디 포스터)은 남편이 추락사한 뒤 6살 난 딸 줄리아와 뉴욕의 친정집으로 향한다. 깜박 잠이 든 사이 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카일은 전직 항공사 엔지니어답게 기내 구조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 승무원들의 협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상 항공사로부터 줄리아의 탑승 기록이 없다는 전갈이 날아오고, 기장 리치(숀 빈)를 비롯해 승무원들은 그녀가 남편을 상실한 충격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다고 여긴다. 기내 보안관 카슨(피터 사스가드)은 승무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카일을 진정시키려 한다.
<플라이트 플랜>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이 스릴러는 영화 안에서 두 종류로 나뉘는데, 줄리아는 탑승한 적이 없고 모든 것이 카일의 착각이라는 분위기로 몰고가는 전반까지는 사이코스릴러에 가깝다. 카일이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과 사망 전날 남편과 함께했던 기억이 교차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호러영화의 공포심마저 유발한다. 그러다 줄리아의 탑승이 카일에게나 관객에게나 확실해지는 대목부터는 악당 대 엄마의 대결구도로 짜여진 액션스릴러가 된다. 믿을 만했던 인간의 무서운 이면이 드러나고 도망갈 곳 없는 점보여객기 내부는 샅샅이 카메라 안에 담긴다.
사이코스릴러가 됐든 액션스릴러가 됐든 <플라이트 플랜>은 스릴러로서 새롭지 않다. 주인공의 시점을 역이용해 뒤통수치는 시도는 그 오래전 <식스 센스>와 <디 아더스>에서 받을 대로 받은 충격이고, 테러범이 탑승한 비행기 관련 스릴러 역시 그 오래전 <다이 하드>에서 가장 최근 <나이트 플라이트>까지 무수한 영화들이 써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르적 관습이라도 잘 빠지게 엮었으면 좋았을 것을, ‘알고 보니 음모론’으로 가는 과정의 시나리오는 꼼꼼하지 않고 연출은 매끄럽지 못해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되레 긴장감이 떨어진다. 승무원실, 기계실, 화물칸 등 이전의 ‘비행기 영화’들이 간과했던 기내 곳곳을 세세히 뜯어내는 김에 차라리 공간을 활용한 색다른 긴장과 공포 창출에 몰두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히 훌륭한 것은 조디 포스터다. 시나리오에서부터 드러나는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딸을 향한 모성의 가장 적극적이고 강한 형상을 최선을 다해 보여준다. 나이 때문인지 더욱 핼쑥해진 얼굴과 시퍼런 눈동자가 파르르 떨릴 때면 <양들의 침묵>의 스털링이 겹치면서 격세지감마저 든다.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두 배우 피터 사스가드와 숀 빈이 밋밋한 캐릭터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안타까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