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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로젝트 <데이지>의 유위강 감독

“기본대로만 하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무간도>의 창조자, 홍콩영화의 대들보 유위강 감독을 지난 10월8일 부산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창밖에는 어부들이 낚시로 문어를 낚아올린다. 수영만에 정박한 유람선 위에서 마주한 유위강 감독은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고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넓은 유람선 내부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그의 모습은 <무간도>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아시아가 주목하는 흥행감독이자 타고난 촬영감독, 홍콩 스튜디오 시스템의 적자 유위강 감독이 말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데이지>의 윤곽, 그리고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

-<데이지>는 홍콩 감독과 스탭, 한국의 배우, 네덜란드 스탭들이 결합한 다국적 영화다. 그리고 한·중·일 3국이 투자했다. 2개월을 촬영한 이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있었다. 투자자는 홍콩 감독인 나를 원했고 시나리오가 좋았다. 연출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서로 만나 유럽에서 만들기로 합의했다. 처음에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암스테르담에 헌팅을 다녔다. <데이지>는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거의 10개월 걸렸다. 내 시스템으로 촬영하는 것이 뼈대였지만 현장에서는 3개국의 시스템을 절충해야 했다.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 암스테르담으로 로케이션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시나리오의 성격에 딱 맞는 곳이 암스테르담이었다.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도 아름답지만 유럽풍이 강해서 아시아인에게는 약간의 거리감을 준다. 반면에 암스테르담은 제일 비용이 비싼 곳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는 감독인 내가 원하는 곳에서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동의했다. 두 번째로 나는 오래전 암스테르담에서 영화 두편을 만든 경험이 있다. 1988년 우인태 감독의 <광천용호투>를 촬영했고, <고혹자> 시리즈 중 <인재강호>를 거기서 연출했다.

-3명의 한국 배우들이 주연이다. 배우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방식이 평소와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차이는 없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기묘한 지점이 있다. 동작이나 통역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작업이 쌓여갈수록 언어로 설명하는 부분은 줄어든다. 게다가 전지현은 영어를 잘하고 중국어도 조금 한다. 정우성은 영어와 중국어로, 이성재도 영어로 언어소통이 가능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언제나 오진우, 혜영홍, 황추생 등 쇼브러더스, 더 나아가 홍콩영화의 역사에 한획을 긋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강대위를 기용했다.

=일단 개인적으로 다들 친하다. 그래서 전화로 부탁하면 대부분 허락한다. (웃음) 그들은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작품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을 연기한다. 그들은 굉장한 내공을 가졌고 그래서 그들에게만 부탁한다. 강대위도 이번 역할이 나이대가 맞았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을 따름이다. (웃음)

-당신은 자주 화면은 잘 찍을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열혈남아> 혹은 <천라지망> 같은 다른 감독의 영화나 연출작인 <무간도> <이니셜D>에서도 촬영에 관한 한 당신은 손꼽히는 테크니션이다. 상업영화에서 훌륭한 비주얼은 무엇인가.

=비주얼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카메라는 시나리오를 쓰는 펜이다. 아직도 카메라를 잡는 이유는 내가 찍고 싶은 것을 내 손으로 촬영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을 그만둘 수 없다. 반대로 촬영감독 시절부터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촬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데이지>에서도 <무간도>처럼 인물을 잡을 때 무브먼트가 많은가? 부감이나 앙각으로 인물과 공간을 한꺼번에 잡아내는 촬영 방식이 자주 사용되었나.

=영화마다 다른 촬영 컨셉을 준비한다. <데이지>는 여주인공이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으므로 중요한 공간일수록 카메라가 그 사람과 같이 사는 동거인처럼 느껴져야 한다. 암스테르담에 가서 헌팅할 때 대부분 가만히 서 있었다. 마음속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따라갈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보통 관객이 외국 로케이션 중심의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공간이 묻어나지 않고 도드라지며 인물과 분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지> 촬영의 핵심은 ‘생활의 감각’이다. 암스테르담은 광선이 좋고, 공기가 좋아서 색깔들이 잘 살아 있다. 그걸 생활로 보이도록 포착하는 것이다.

-차기작 <Flock>의 캐스팅이 클레어 데인즈, 리처드 기어, 힐러리 스왱크라고 알고 있다.

=클레어와 리처드는 맞는데, 나머지 한명은 힐러리가 아니라 <맨 온 파이어>에 출연했던 호주 출신의 라다 미첼이다.

-예전에도 할리우드로부터 자주 제안이 있었던 걸로 안다. 당분간은 아시아에서 영화를 찍겠다는 방향에서 할리우드로 가기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다.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제의가 많았다. 한때는 시나리오가 사무실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 치고 받는 액션과 흑사회 이야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 쉽게 결정했다.

-어떤 이야기인지 설명한다면.

=미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강간을 포함한 성범죄이다. 그러나 성범죄가 너무 흔해서 그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 길어야 2∼3년이면 끝난다. 그래서 그들을 관리하는 부서를 국가에서 조직한다는 스토리다. 출옥한 성범죄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남자가 리처드 기어다. 그가 내부에서 보기에 이것은 심각한 사안이라서 그는 그들을 관리하여 성범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관리대상인 성범죄자들은 리처드 기어를 처치하려 한다. 한편 국가에서는 그의 지원 요구를 무시한다. 그는 양쪽 집단의 압력과 긴장을 버텨내야 한다.

-왜 영화사 이름이 기본영화(베이식 필름)인가.

=영화사 이름을 짓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마어마한 이름을 내건다. 하지만 나는 성격 자체가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나를 대표할 단어는 ‘기본’이라 생각했다. 기본대로만 하면 좋은 영화를 만들고 돈을 잘 벌 수 있다. 집을 지을 때도 초석이 제일 중요하니까.

-<무간도3: 종극무간>은 첫 시사회를 베이징에서 가졌다. 한국을 비롯한 기타 아시아 국가처럼 홍콩도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당신의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다.

=중국시장이 홍콩영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 나는 다른 사람처럼 중국시장만 노리는 중국 로케이션의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중국시장을 뼛속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 아직 내 관심은 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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