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2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뉴질랜드영화제는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다. 이번 영화제는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고 해외에서 열리는 영화제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영화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처럼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데이비드 테일러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만났다. 오는 11월19일 서울에서 시작한 영화제가 부산에서 끝을 맺는 날에는 관계자들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축하하고 싶다는 그는, 젊은 시절 영화클럽에 몸담았던 적이 있는 영화광. 참고로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그의 개인적인 추천작은 해미시 로스웰 감독의 <스틱맨>이다.
-지난해 한국영화제의 결과는 어땠나.
=한국영화에 대해 강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 뉴질랜드에 알려진 한국영화는 수적으로도 적었지만 대부분이 예술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중적인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부터 <올드보이>까지 다양한 동시대 한국영화를 주로 소개할 수 있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가.
=물론이다. <올드보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영화이고,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남극일기> <바람난 가족> <공동경비구역 JSA> <원더풀 데이>…. 암튼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봤다. 물론 영어자막이 있는 버전으로. 불행히도 한국말을 잘 못한다. (웃음)
-뉴질랜드영화라고 하면 피터 잭슨과 <반지의 제왕>만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에게 뉴질랜드에는 더 많은 영화와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뉴질랜드의 영화산업은 규모가 굉장히 크고 또한 창의적이다. 이를테면 이번 영화제의 오프닝 작품인 <리버퀸>의 감독 빈센트 워드는 30여년간 정말 많은 일을 한 훌륭한 인재다. 그는 <에이리언3>의 시나리오를 썼고 배우로도 활동했으며, 할리우드와 뉴질랜드에서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많은 영화들 모두 하나도 빠뜨릴 수 없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뉴질랜드영화는 최근 몇년간 급속히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뉴질랜드인들은 영화제작에 있어서 어느 정도 이방인이었다. 짧은 기간에 기술과 세계적인 평판을 얻은 셈이다. 현재는 피터 잭슨의 <킹콩>, 앤드루 애덤슨의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같은 대작들의 후반작업이 모두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 관객을 노린 영화든 뉴질랜드 고유의 지방색을 담은 영화든 다양하고 많은 수의 영화들이 뉴질랜드로 몰려들고 있다. 재능있는 많은 사람들, 훌륭한 후반작업 시설, 다양하고 광대한 배경을 제공하는 자연환경 등이 원인이 된 것 같다. 미국이나 다른 곳에서 촬영 및 후반작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예산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도 매년 양국을 오가며 영화제가 열리게 되는 건가.
=그랬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한국 관객의 반응에 달려 있다.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시면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민을 해봐야 한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전주, 광주, 대구에서도 영화제를 연다는 게, 다소 모험적인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