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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독립영화를 두 번 죽이는 교차상영
오정연 2005-09-27

조조 또는 심야에만 편성, 멀티플렉스의 ‘생색내기’인가

<거칠마루>

추석 연휴는 전통적인 극장가 대목. 그러나 이 시기 개봉한 세편의 독립영화엔 그러한 통념도 남의 일이다. CJ-CGV 인디영화관 3개관과 필름포럼에서 지난 9월16일 개봉한 <동백꽃>은 개봉 5일째인 지난 9월20일까지 3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동백꽃>과 함께 필름포럼에서 단관개봉한 <빛나는 거짓>은 같은 기간 90여명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두 영화에 비해, 보기 드물게 대중성을 겸비한 독립영화로 평가받았던 <거칠마루>는 조금(?) 나은 상황. 지난 9월15일 아트플러스체인의 6개관과 CJ-CGV 인디영화관 3개관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1주일 동안 2천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CGV는 개봉 2주째부터 하루 2회만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동백꽃>과 <빛나는 거짓>을 배급한 인디스토리는 이런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을, 가혹한 교차상영 일정이라고 말한다. 필름포럼은 간만에 관객을 끌어모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장상영하면서, <동백꽃>을 하루 한번, <빛나는 거짓>을 하루 두번 상영하는 것에 그쳤다. <거칠마루>와 <동백꽃>을 교차상영한 CGV는 <동백꽃>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심야에 2회만 상영했다. 이러한 파행적인 상영스케줄에 대해 극장쪽이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다. 해당 영화가 관객이 들지 않는다는 것.

영진위의 다양한 지원제도 덕분에 최근 몇년 동안 <송환> 등의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이제는 독립영화의 개봉 자체를 커다란 성과로 여길 수 없는 상황. 인디스토리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어떤 극장에서 어느 시간대에는 확실히 특정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정보가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길 바란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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