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감독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던 장면이다.
<반칙왕> DVD는 국내 최초의 음성해설 수록 타이틀이다(녹음은 <정>이 먼저지만 발매는 <반칙왕>이 앞섰다). 김지운 감독에게 붙는 ‘DVD 제작에 적극적인’ 등의 수식어는 바로 이 타이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첫 녹음이라 초반엔 미리 적힌 내용을 ‘읽는’ 티가 많이 난다. 특히 ‘인물을 백트래킹으로 등장시켜 화면 오른쪽에 위치시키고, 그 인물의 권위와 힘을 표현하려 했다’와 같은 서술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감독의 말이라기보다는 평론가의 글에 더 가깝다. 이외에도 ‘로 앵글’이니 ‘광각렌즈’니 하는 용어들도 많이 언급돼 <씨네21>을 읽지 않는 관객이라면 조금 어렵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에 NG컷이나 리허설로 가장하여 찍은 장면들이 꽤 많다는 점. 대호의 텀블링 장면이나 그가 태백산(박상면)의 눈을 찌르는 장면 등이 좋은 예다. 장면의 의도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대호가 처음으로 속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민영(장진영)을 잠시 사라지게 한 것은 코믹한 효과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절박한 진실이 남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일은 없다는 감독의 지론을 반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뭔가 보여주려다 엉뚱하게 끝난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다. 캐릭터의 일관성을 위해 결말의 후련함을 포기했다는 해설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비록 듣기에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 내용만큼은 충실한 <반칙왕>의 음성해설은 발매 당시는 물론 지금도 손색없는 명작 타이틀의 부록답다.
대호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살짝 뒤튼 것.
송강호가 리허설로 알았던 장면. 자연스러움이 감독의 OK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