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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의 하지원, 강동원 [3] - 강동원

<형사 Duelist>의 슬픈눈, 강동원

“검무도 감정이 안 들어가면 안 되는 거더라”

하지원과 함께 그날로 세 번째 인터뷰를 치르는 강동원은 지친 기색없이 온몸으로 기분 좋은 온기를 풍겼다. 신기했다. <늑대의 유혹> 개봉 즈음인 1년 전, 그는 마주 앉은 사람 얼굴 위로 고드름 대여섯개는 금방 만들어 달아놓을 수 있을 것처럼 차가움을 숨기지 않았더랬다. “좋았어요?”라는 질문에 “좋았어요”라고밖에 더는 답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강동원은 이제 새로운 질문이 끼어들라쳐도 자기가 하려던 말은 (질문을 모른 척하면서까지) 하고야 마는 인터뷰이가 되어 있었다. “원래 슬로 스타터인데다가 현장이 타이트해서 10부쯤 지나고나서 감을 잡았다. 각본도 좋고 캐릭터도 좋았는데, 내가 연기를 못해서”라는 드라마 <매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꽤나 많이 쏟아놓았다. 고집스러운 성격은 여전하다. “내가 보기에는 쓸모가 없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계속 배우라고 하셔서” 시작한 선무도는 3시간짜리 강습 2회 만에 무릎 부상을 ‘핑계’로 그만두었고, 끝까지 배운 탱고에 관해서는 “그 시간에 딴 걸 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한결같은 고집에 솔직한 말들이 부쩍 늘어난 강동원은 얼마 전 <형사 Duelist>의 가편집본을 봤다고 했다. 감상을 물었더니 “뿌듯하던데요”라며 씨익 웃는다.

-슬픈눈은 대사가 많지 않다. 극의 감정을 이끄는 건 주로 남순이고, 슬픈눈은 남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다. 대상화되는 셈인데, 연기자로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대본을 늦게 읽었다. 받고 나서 한참있다 읽었다. <매직> 찍고 있을 때여서, 다음 작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연기도 잘 안 되고, 이것만 죽어라 열심히 해야겠다 해서 너무 치열하게 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두 시간 짬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좀 늦게 읽었는데, 읽자마자 한다 그랬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그냥 딱 보고, 와, 이게 어떻게(라고 하다가 오른팔을 긁적이며 “모기가 있나…”) 영화화돼 가는지 내가 참여를 꼭 해서 내 눈으로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감독님이 현장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셨다고 그러던데.

=많이 하셨다. 엄청. 근데 어떤 때는 또 안 하고 가기도 하고. 그게 좀 다르다. 어떤 때는 많이 하고. 어떤 때는 안 하고.

-장면의 종류에 따라 달랐나.

=아니. 같은 액션이라 하더라도 내가 자신있다고 하면 그쪽으로 밀어주시고, 감독님한테 확실한 그림이 있는 장면은 계속 리허설해서 만들어가시고.

-어떤 점이 자신있었나.

=일단 무용을 워낙 열심히 연습했었던 터라(웃음) 무용적인 동작들이 자신있어서…. 슬픈눈의 단독 검무신이 있는데, 그 분량을 촬영 전날 감독님이 확 줄인다고 그러시는 거다. 내가 자신있다고 이렇게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는데, 감독님이 이만큼 만들어보래서 만들어놨는데 왜 줄였냐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분명히 이만큼 만들어놓으라고 그랬지 않냐고. 그랬더니 감독님이, 내가 못할 줄 알았다더라. 그러면서 그러면 가서 해보자고. 현장 가서 해보고 더 늘었다, 결국에는.

-무용이 본인 취향에 맞았나보다.

=잘 맞더라, 처음 해봤는데. (웃음)

-어떤 점이 매력있던가.

=첨엔 잘 몰랐다. 그냥 연결된 동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감정이 안 들어가면 안 되는 거더라. 그러니까 재밌더라.

-슬픈눈은 말 그대로 눈이 슬퍼야 할 텐데, 난감했을 것 같다. 물론 본인이 슬픈 눈을 타고나서 슬픈눈에 캐스팅됐겠지만, 그렇다고 배우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슬픈 눈이란 게 글로 묘사하긴 쉬운데 배우가 보여주기는 어렵지 않나.

=느낌 자체는 알고 있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느낌을 많이 살려서 했다. 모델 할 때 사진 찍으면서 가졌던 느낌이나…. 사진을 이렇게 찍는다 치면, 먼산 보면서 음… (슬픈 표정) 그런 느낌들. 즐거우면 즐거운 느낌이 있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안 해도 사람에게 이미 감정이란 게 기억돼 있으니까 느낌만 가지면 그런 표정이 나온다.

-이명세 감독과 작업하면서, 이 사람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현장에서 했을 것 같다.

=말하기가 좀 곤란하긴 하다. 그럼 앞의 감독님들은 뭐였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웃음) 워낙에 디테일하셔서 너무 좋았다. 나도 되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데, 감독님은 나보다 더하시더라. (웃음)

-배우로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는지.

=있다. 예전에는 대사를 제대로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좀 바뀐 것 같다. 지금도 서울말로 대사를 하면 어색하다. 감정을 못 싣겠다. 그래서 <매직> 할 때도 서울말로 해서 감정이 와닿지 않으면 일부러 사투리로 대사를 연습해보곤 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대사를 제대로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은 많이 바뀐 거 같다.

-연기가 본인한테 맞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어떤 점이 그렇다고 생각하나.

=재밌다. 연기가 나한테 맞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예전에 연기수업 받을 때, 내가 혼자 독백하는 게 있었는데 되게 길고 어려운 거였는데, 그걸 열심히 연습해서 선생님 앞에서 했다. 근데 하고나서, 내가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독백의 내용이 뭐였는지는 지금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때 하면서도 다른 생각 안 하고 그냥 몰입해서 했던 것 같다. 근데 선생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웃음)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세계 최고의 배우.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될 수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웃음) 열심히 해야지. 근데 배우라는 게 참 어려운 직업인 게, 운동 같은 건 하면 실력이 늘면서 그만큼 인정을 받는데, 배우는 안 그렇다. 열심히 해서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도 대중이 한번 외면하면 끝이다.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건 아니다. 그건 되게 스트레스받는데, 그래도 세계 최고의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한다. 이 일이 좋고, 나는 뭐가 하나 좋으면 그것밖에 생각을 안 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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