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림픽 런던 유치가 결정된 것이 7월6일이었고, 내국인에 의한 자살 테러로 판명된 런던 연쇄 폭탄 테러가 터진 것이 7월7일이었다. 지루하도록 평온한 일상을 즐겁게 자조하며 살아가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지만 하룻새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격동의 일주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생애 절정의 순간이 빛바랜 시민은 2012년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런던 홍보영화 <영감>(Inspiration)의 감독 대릴 굿리치(40)다. 독립 프로덕션 ‘뉴 문’을 운영하는 굿리치와 프로듀서 캐롤린 롤랜드가 제작한 5분짜리 런던 홍보영화 <영감>(제작비 70만달러)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 위원회 프레젠테이션에서 뤽 베송이 찍은 파리 홍보영화와 스필버그가 제작한 뉴욕 홍보물을 누르고 높은 호감을 얻었다. 대스타 감독들과 맞붙은 굿리치의 경력은 CF와 <채널4>의 미식 축구와 스모 프로그램이 전부고, 현재 첫 장편영화 <낫 아웃>의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굿리치와 롤랜드는 데이비드 베컴, 제레미 아이언스 등을 등장시킨 또 다른 홍보물 <영국을 자랑스럽게 하라>를 제작해 TV와 극장에서 자국민들의 올림픽 유치 응원 무드를 고취한 바 있다.
<영감>의 성공 비결은 자화자찬보다 올림픽의 대의를 부각시킨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영감>은 런던의 2012년 올림픽 유치 뉴스를 바라본 멕시코, 러시아 등지의 불우한 어린이들이 7년 뒤 육상, 수영, 체조, 사이클 선수로 런던올림픽에서 당당히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베송의 홍보영화는 도시 파리의 미덕을 과시했고 스필버그가 제작한 뉴욕 홍보물은 스타들의 입을 빌려 “우리의 도시는 당신의 도시”라고 외치게 했다고. 영국 <가디언>의 다분히 “고소하다”는 투의 기사에 따르면 뤽 베송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 동안 굿리치와 롤랜드는 런던에 남아 트라팔가 광장의 군중 틈에 섞여 있었다. 한편 테러의 여파에 대한 견해를 묻는 <버라이어티>의 질문에 굿리치 감독은 “런던은 정신력이 강한 도시다. 우리는 고난 앞에서 어깨를 거는 일에 능하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