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극장가가 20년 만의 흉작을 거둔 올 상반기, 유럽의 극장가 또한 부진한 성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우드 리포터>와 <스크린 인터내셔널> 인터넷판은 최근 유럽 극장가의 불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 하락해 580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도 10%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유럽의 극장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미국 중심 배급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름 휴가를 즐기느라 극장 나들이를 잘하지 않는 유럽인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전세계 동시 개봉을 강행하는 것은 흥행에 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긴 여름 휴가를 즐기기로 유명한 프랑스를 비롯, 냉방을 하지 않는 극장들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인 독일의 사정이 특히 그렇다. 또한 극장에서 개봉한 뒤에 금세 비디오와 DVD가 나오는 등 출시 주기가 짧아진 것이나 해적판이 난립하는 상황도 관객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유럽 지역에선 DVD 판매율이 두 자릿수로 급상승하는 중이다. 그 밖의 원인들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이탈리아의 경우는 식비 지출이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프랑스와 영국은 조금 다른 상황이다. 프랑스는 지난해가 20년 만의 호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영국은 전년 대비 1% 하락으로 꿋꿋하게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화’일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폭발력 있는 영화가 드물었다는 사실. 지난해 상반기에 전세계 흥행에서 3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트로이>(3억3300만달러), <투모로우>(3억1300만달러),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3억4300만달러) 등이었고, <반 헬싱>이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도 전세계적으로 고르게 선전했지만, 올해 3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3억7100만달러)뿐이다. <킹덤 오브 헤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배트맨 비긴즈> 등의 화제작은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상반기와 하반기의 경계에 개봉한 <우주전쟁>이 개봉주에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1억1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을 신호탄으로, 하반기 개봉예정인 <킹콩>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 연대기> <월레스와 그로밋> 등이 선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