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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까지 찾아가 쿵후 액션을 심어놓다, <엔터 더 이글>
이영진 2000-02-15

90분 동안 몸을 사릴 줄 모르는 <엔터 더 이글>은 분명 홍콩 액션물의 적자다. 동유럽까지 찾아가 평원에서 고산까지 가리지 않고 쿵후 액션을 심어놓은 <엔터 더 이글>은 홍콩영화계를 대표해서 실종된 액션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아오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다. 프로페셔널 대도와 킬러, 소매치기 커플, 보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캐릭터들이지만, 적과 동료가 바뀌면서 박물관에서 경찰서로 그리고 다시 비행선으로 럭비공마냥 옮겨지는 다이아몬드를 쫓는 이들의 사투 장면이 뿜어내는 스피드의 매력은 홍콩 액션을 한물간 장르라고 싸잡아 폄하하기엔 망설여질 만큼 눈길을 잡아챈다.

문제는 점차 상승하는 액션의 강도와 바뀌는 인물들의 동선을 뒷받침할 만한 동기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부에 끼어 있는 멜로와 코믹적 요소가 후반부의 다이아몬드 대신 돌연 복수를 외치는 인물들의 감정까지 감당하진 못한다. 폭발 직전 비행선에서 피범벅된 얼굴을 한 채 태연히 담배를 무는 마틴이나 맨디와 루씨의 우정이 제시되는 몇몇 대목들이 액션의 이음새를 위한 보조장면으로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유럽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엔터 더 이글>은 <신조협려> <이연걸의 보디가드> <마영정> 등을 연출한 원규 감독의 1998년작이다. 그가 2년 만에 국내 팬들에게 내보인 카드는 맨디 역의 샤논 리. 전설적인 스타 브루스 리의 딸이기도 한 샤논 리는 이번 영화에서 리드미컬한 몸동작으로 대역없이 강도높은 액션을 소화해냈다. 토미 역은 <신투첩영> <환영특공>으로 꽤 친숙한 진소춘이, 루씨 역은 <금지옥엽>의 원영의가, 마틴 역은 굵은 마스크선을 가진 왕민덕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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