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이미지가 영화의 거의 전부가 돼버렸다는 데 있다. 방만한 이야기는 하나로 묶이지 못한 채 제 갈길로 뻗어가버리고, 다양한 시공간을 오가는 편집 또한 산만하다. 이리저리 더듬어도 무엇이 영화의 기둥인지 종잡기 어렵다. <빌리지 보이스> <뉴욕 타임스> 등도 이 ‘알맹이 없음’을 꼬투리잡았다. 스콧 힉스는 “한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눈보라 풍경”은 스케치해냈지만, “나를 매료시킨 미묘하게 얽혀진 사건들의 조화성”으로 관객을 매료시키지는 못했다.
<삼나무…>는 95년에 발행된 데이비드 구터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재미교포 배우 릭윤이 가츠오로 출연하며, 짐 자무시의 <미스테리 트레인>에 출연했던 일본배우 유키 구도가 그와 부부를 이룬다. 하지만 주연들을 제치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제7의 봉인> 등에 출연했던 노장배우 막스폰 시도. 가츠오의 변호사로 분했다.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피에드라는 가상의 마을로 브리티시 콜롬비아에 있는 그린우드에 3개월에 걸쳐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