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땐 누구나 한번쯤 ‘난 혹시 미운 오리새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봤을 것이다. 나만 유별나다는 섣부른 자의식은 견디기 힘든 형벌이었고, 친구들로부터 외돌아졌다는 소외감은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의 감옥’을 들락거리게 했다. 그 시절의 상처는, 무뎌지기는 해도 잊혀지지는 않아서, 지금도 기억 속에서 느닷없이 기어나와 그때의 나를 뼈아프게 각성시킨다. 조시 또한 그랬다. 유능하고 현명한 어른인 조시는 취재기자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다시 고등학교로 뛰어들지만, 정작 그녀가 맞닥뜨린 건 ‘특종거리’가 아니라 그녀의 옛날이다.
<25살의 키스>는 이렇듯 어른을 주인공으로 한 10대 코미디 영화. 조시의 시선으로 요즘 10대들이 사는 법을 유머스럽게 스케치한다. 조시가 잠입한 학교는 더이상 꽉 막힌 공간이 아니다. 무엇도 아이들을 가두지 않으며 아이들은 경쾌하고 풍요롭다. 그럼에도 친구 만들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으며, 그곳에서 조시는 ‘또다른 조시’를 발견하고 분노한다. 결국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최종분석이다. 현재에서 다시 과거를 살아봄으로써, 그러니까 현재와 과거를 마주보게 함으로써 조시는 사춘기의 상처를 치유한다. 신문사 동료들이 몰래카메라로 조시를 지켜보며 함께 마음을 쓸어내린 건 그들 또한 같은 시절을 통과해온 때문이 아닐까? 25살임을 밝힌 조시가 아이들을 향해 “너희가 누구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라고 외치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과거의 짐을 마음에서 내려놓는다.
<25살의 키스>는 마치 어른들을 위한 청춘 영화처럼 보인다. <나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 파이어> 같은 가슴 따뜻한 코미디 영화의 조감독 출신이며, 역시 코미디인 <나홀로 집에3>로 감독 데뷔한 라자 고스넬은 유머와 농담을 매개로 우리를 그 시절로 되돌려놓는다. 줄곧 웃음의 끈을 놓지 않던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로맨스의 감미로움을 덧입힌다. 조시와 교사 컬슨의 감미로운 입맞춤으로 영화를 매듭짓는 건 낯간지럽고 멋적지만, 미운 오리새끼에게 뒤늦게 내려진 축복으로 보아넘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