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를 표방한 <인코그니토>는 <토요일 밤의 열기> <블루썬더> <니나> <고공침투> <닉 오브 타임> 등을 연출했던 존 바담 감독의 최신작. 렘브란트의 그림 한점을 그려주면 50만달러를 주겠다는 브로커들의 덫에 걸려든 해리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렘브란트 작품을 모조하는 데 혼신을 다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진품(?)을 훔쳤다는 누명. 체포되어 법정에 선 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위작을 또 한번 그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해리의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두장의 그림 사이에 <인코그니토>는 익숙한 스릴러 장르의 복선과 장치들을 채워놓았다.
자신의 재능을 확인할 때라곤 남의 그림을 베낄 때 뿐인 해리와, 생계를 위해 당대 유럽의 최고 화가였던 루벤스의 그림을 따라 그려야 했던 렘브란트. 사전 정보를 조금 챙겨보면 그렇게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와 <인코그니토>의 해리는 접어서 펼친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그림이 완성되면서 점점 렘브란트를 닮아가는 해리의 모습을 잡아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인공조명과 자연광의 실루엣을 번갈아 쓰고 8대의 카메라를 동원해서 빛과 어둠의 조화를 빚어내는데, 현란하고 역동적이다. 흥행에 강한 존 바담 감독의 영화답게 이 작품도 시종일관 스릴을 놓치지 않으며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다.
영화에 나오는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모두 모조품이다. 진품은 엄청난 보험금과 복잡한 국제법 때문에 촬영현장으로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5개국을 돌면서 12주 동안 촬영한 <인코그니토>는 원활한 유럽 촬영을 위해 배우들의 국적을 고려해서 다양하게 캐스팅했다. <인코그니토>에서 해리 역은 <스피드2> <슬리퍼스>에 출연했던 제이슨 패트릭. <스피드> <더 헌팅>의 감독 얀 드 봉이 존 바담 감독에게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마리케 역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레드>에서 절제된 연기로 호평받았던 프랑스 배우 이렌 야곱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