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공포영화 리메이크는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 붐과 더불어 요즘 할리우드 공포영화를 이끄는 주류. <아미티빌 호러>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흥행에 고무된 마이클 베이의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플래티넘 듄스의 두 번째 작품이다.
1974년 11월, 뉴욕시 외곽의 작은 마을인 아미티빌에서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가족의 장남으로, 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살인을 사주, 자신이 부모와 네 형제들을 총으로 쏴죽였다고 자백한다. 그리고 1년 뒤, 조지와 캐시 러츠 부부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이 집으로 이사온다. 싼 가격에 입주한 아름다운 집, 하지만 어린 딸이 상상의 친구와 이상한 대화를 계속하고, 가장인 조지가 환청을 듣기 시작하면서 화목했던 집안 분위기는 악몽에 물들기 시작한다.
일가족이 침대에 누운 채 장남이 쏜 총을 맞고 몰살당한 1974년 아미티빌 마을의 실화는 소설로 만들어졌고, 영화화의 기반이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트 작품의 리메이크지만 <아미티빌 호러>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과 갈라지는 대목은 악마가 내부에 있다는 점이다. 안식의 장소인 집이 귀신에 씌여 있고, 사랑하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악령의 조종을 받는다는 것. <샤이닝>이 연상되는 이 설정은, 그러나 몇번의 깜짝쇼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집에서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길 뿐 아니라 남편과 딸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본 캐시가 신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신부는 캐시에게 별다른 설명을 해주거나 엑소시즘을 행하는 대신 줄행랑을 치고, 결국 집에 얽힌 과거사를 들추는 것은 캐시의 몫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집을 피로 물들인 학살의 역사를 캐시가 알게 되는 대목. 하지만 초반에 소녀 유령 모습이 반복되다가 갑자기 옛날 옛적 역사 속 악한 존재를 드러내는 식의 구성은 공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조지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코미디로 먼저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광기에 휩싸인 가장 역을 잘해낸다. 환청을 들으면서 점점 수척해지고 지하실에 틀어박힌 모습은 그 자체로 악몽이고 공포다. 마이클 베이와 제작사 플래티넘 듄스의 다음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2006년 개봉예정인 <힛처>로, 살인마인 줄 모르고 차를 태워준 여인이 겪는 공포를 다룬 86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