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본격적인 HD 바람이 분다. 지난 6월14일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는 “8편의 HD 장편 상업영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 크랭크인할 예정이며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제)가 첫 번째 주자가 될 전망이다. 이후 2006년에는 박찬욱, 최익환, 이무영, 최동훈 감독이 가세한다. 2007년에는 유하, 허진호, 그리고 아직은 미정인 신인감독 1인이 최종적으로 연출에 임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편당 15억∼25억원의 예산이 책정되고 총예산은 250억원 규모로 준비된다. 촬영부터 상영까지 전 과정을 HD로 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상영에 대해 CJ쪽은 “작품들에 대해 2주 동안 상영기간을 보장하며, 가급적 디지털 상영을 중심으로 DLP 영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일반 극장에서는 키네코 작업을 통해 프린트가 제공된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박찬욱 감독은 “새로운 제작기술을 활용하는 미래지향적인 도전”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와 참여동기를 밝혔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프로듀서는 <친절한 금자씨>를 제작하는 모호필름의 대표인 이태헌 PD가 맡았다. 이태헌 PD는 “HD라는 새로운 포맷의 초기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안으로 여러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든다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신상한 CJ영화사업본부장은 “제작비가 30%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작비 절감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책정된 편당 예산은 현재 일반적인 35mm 상업영화의 50∼7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촬영기간도 2∼3개월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봉만대 감독의 HD 시리즈물 <동상이몽>을 제작했던 영화케이블 OCN도 새로운 HD프로젝트를 시도한다. 공수창 감독은 김정구, 윤준석, 조규옥 3명의 독립영화감독들과 만드는 공포영화 연작 <코마>를 6월20일 크랭크 인한다. 공 감독이 두편을 연출해서 총다섯편을 <주먹이 운다>의 시오필름이 제작하고 총예산은 25억원이다. 할리우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를 만든 디지털영화의 전도사 조지 루카스, ‘프로젝트 880’의 제임스 카메론, 2929프로덕션과 6편의 HD 옴니버스를 진행하는 스티븐 소더버그,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 일군의 감독들이 차기작들을 HD로 선보인다. 제임스 카메론의 “다시는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언급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필름 작업의 축소는 대세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