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명망있는 신부의 죽음을 시작으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성수를 먹여 신부를 죽이고, 속옷 끈으로 목을 졸라 매춘부를 죽이고, 야구장 모래로 기도를 막아 야구선수를 죽이는 범인의 메시지는 ‘강한 자만이 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욥기의 구절. 피해자는 모두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다. 신부는 자선활동으로 존경을 받는 이였고, 매춘부 ‘마리아’는 성당의 매춘부재활활동과 연관이 있으며, 야구선수 역시 거액의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뒤 살해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 헨리(앤드루 매카시)는 워커홀릭 경향이 있는 무신론자. 불치병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어린 딸을 마음 한쪽에 둔 채 수사에 매달리던 그는, 몇명의 용의자를 거쳐 자선사업가 헌트(마이클 아이언사이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Review
<쎄븐>의 장엄한 스릴이 한 바퀴 비틀려, 한풀 약하게 살아나는 영화. 종교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그 범인을 쫓는 형사가 나오는 것은 비슷하지만, <쎄븐>보다 훨씬 덜 무섭고 훨씬 덜 정교하다. 가장 큰 차이는 살인동기가 지닌 깊이. 좀더 ‘인류적’ 동기를 띠고 선혈로 일곱 가지 계율을 선언하던 <쎄븐>의 살인범과 달리, <트위스트 오브 페이스>의 범인은 ‘개인적’ 상처에서 기인한 살인을 한다. 어렸을 때 친구의 죽음을 겪은 그는 신앙이 뒤틀려버린 나머지, 선한 사람들을 택해 십자가의 예수처럼 공중에 매단다.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범죄자의 심리에 맞물려 혼란에 빠져드는 것은 <쎄븐>과 비슷한 대목이다. 객관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면서도 범인의 심리에 서서히 발을 들여놓게 되는 헨리는, <쎄븐>의 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게 한다. 완성도를 재기에 앞서, 이런 지점에서 <트위스트 오브 페이스>는 B급영화의 재미를 갖고 있다. 골수암에 걸린 헨리의 딸 베스는 종종 병실에서 천사가 나타나는 환각에 시달리는데, “아빠 천사가 보여요”라는 그녀의 말은 <식스 센스>의 유명한 대사 “나는 죽은 사람이 보여요”를 연상시킨다.
어둑한 심리의 저변을 다루면서도, <트위스트 오브 페이스>의 화면은 상당히 밝다. 지하실에서 살해되는 헨리의 동료형사가 손에 들었던 랜턴을 제외하면, 어둠을 어슴푸레 비추는 조명 따위는 이 영화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매춘부 살해사건도 대낮에 일어나고, 마지막 인질극도 환한 성당 안에서 찍혔다. 이 영화가 깊숙한 공포감을 조성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런 시각적인 미비함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TV시리즈 에서 햄 타일러로 나왔던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가 연쇄살인범 헌트 역을 맡았고, 이에 맞서는 형사 헨리 역에는 <마네킹>의 앤드루 매카시가 나온다. 감독 크리스 엔젤은 이 작품 이후에도 <위시마스터> 3, 4편 등 B급 호러물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