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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7인 특강 [5] - 차승재·심재명 ①
사진 정진환 이혜정 2005-06-07

차승재·심재명의 신랄한 한국 영화산업 진단

싸이더스F&H 차승재 대표는 피곤한 기색이었다. 알고보니 비즈니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석달 전부터 동국대 연극영화과 강단에 서고 있었다. 영상원, 중앙대 강의까지 합해 일주일에 무려 16시간을 강단에서 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다고 하니, 몸무게가 8kg이나 줄었을 법도 하다. 핼쑥하기까지 한 얼굴로 연세대 위당관에 들어선 차승재 대표는 “벌써 졸립나요?”라는 낮고 굵직한 음성으로 네 번째 특강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꾸벅꾸벅 조는 청중은 없었다. 평소 언변이 뛰어난 차승재 대표는 최근엔 강단에서까지 맹훈련을 해서인지 특유의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여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중국시장에 좀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200여명의 청중은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위기냐 기회냐, 한국영화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차승재 대표의 특강이 끝나고 나자, 청중들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고르는지”, “<슈퍼스타 감사용> <역도산> <남극일기>를 최근 차승재 3부작이라고 보는데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는지” 등에 관한 궁금증까지 거리낌없이 물었다(참고로 특강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승재 대표의 앞길을 막아선 청중도 있었다. 그는 연세대 정문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승재 대표를 발견하고 달려와선 사인을 받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란 것 같다며 사인 아래 나침반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다).

이틀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MK픽처스 심재명 이사의 강연 열기 또한 이에 못지않았다. 한국 기획영화의 산파라 불리는 심 이사의 강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참석한 점이 일단 눈길을 끌었다. “백윤식 선생님 강연 때, 개인적으로 왔었는데 그때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약간 빈정 상하네요”라는 농담으로 좌중의 긴장을 푼 심 이사는 90년대 한국 영화산업사와 명필름의 궤적을 대비시키는 기조발제로 강연의 첫머리를 풀어갔다. 대담자인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도 같은 직종의 강연자를 만나서인지 자신의 사례를 중간중간 소개하면서 대담에 활기를 더해주었다. 심 이사는 올해 벽두를 뒤흔든 문제작 <그때 그 사람들>의 지난한 상영과정을 겪은 울분과 회한에서부터 명필름 역사상 최대 촬영회차(70회차)를 자랑하는 최신작 <안녕, 형아>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 이르기까지 예의 담담하고 정확한 어조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대담자인 오기민 대표의 예상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한” 강연회는 한 남자대학생의 기말과제를 위한 즉석 인터뷰 제안과 여성참석자들의 사진촬영과 사인공세로 화기애애하게 막을 내렸다.

참고로 차승재 대표 특강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가 아시아의 중심에 서기 위해 거듭한 실험의 흔적들이 발제 근간에 깔려 있던 터라 좀처럼 축약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열띤 문답과 이들 사이에서 재치있는 거간꾼 노릇을 거리낌없이 맡아준 청년필름 김광수 대표의 화려한 입담은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싣지 못했음을 밝힌다. 이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소상히 일러준 심재명 이사의 특강 전문 또한 곧 <씨네21> 웹사이트에 올릴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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