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은 기적 같은 사랑을 늘어놓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왕자님과 슈퍼마켓 점원이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결혼’이라는 목표에 골인한다는 것일 게다. 그런 낡아빠진 신데렐라 사랑 타령 가운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비포 선라이즈>를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두 작품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우리, 사랑일까요?>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남녀에 관해 대단히 진실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7년 전, LA발 뉴욕행 비행기에서 올리버(애시튼 커처)는 에밀리(아만다 피트)를 만난다. 이제 막 애인과 깨진 에밀리는 짙은 화장, 검은색 옷차림, 다양한 액세서리들로 치장한 전형적인 펑크족이다. 서른살이 되기 전,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갖는 것이 최대 이상인 올리버에게 건방지면서도 쿨한 에밀리는 매력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녀의 도발적인 대시로 인해 둘은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에밀리는 <비포 선라이즈>의 셀린느처럼 남자를 따라나서지도 않고 해리와 샐리처럼 ‘남녀간에도 우정이 가능한가’에 관한 토론도 벌이지 않는다. 그들의 1라운드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몇년 뒤 둘은 기저귀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와 사진작가로 만난다. 그뒤로 그들은 어느 한쪽이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있으면 다른 한쪽이 감싸주는 식으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장장 7년 만에 비로소 사랑을 깨달은 올리버는 에밀리가 이미 약혼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준다.
모든 사랑이 로맨스의 왕자, 공주들처럼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다가 일사천리로 결혼을 향해 돌진하진 않는다. 우리는 저주스러운 타이밍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이란 공식을 되풀이하고 계산하고 검산까지 한 뒤에야 자신의 정답에 그나마 가까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 영화는 뻔한 로맨스들이 내팽개쳐버린 이 평범한 사랑의 진리를 가감없이 전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물에 대한 마이크로적인 감수성이 잘 스며들어 있다. 7년이 흐르는 동안 주인공들의 외적, 내적인 미세한 변화와 장애인에 대한 묘사가 특히 그러하다. 올리버는 사랑과 인생에 관한 고민을 청각장애자인 형 그래험과 수화로 나누는데, 이때 장애인에 대한 비하나 특별대우의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험 역은 실제 청각장애자인 배우 타이론 지오다노가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