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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영화 <로렐라이> [1] - 제작진

종전 60주년, 반전영화로 포장한 전쟁영화 <로렐라이>에 숨은 메시지

교묘한 선전영화, 일본을 홀리다

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독도문제와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가 시끄러운 요즘, 일본의 우경화를 근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일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욘사마 열풍으로 한-일간 문화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요즘, 일본 우익세력이 날뛰는 우울한 소식을 매일 접하는 것은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일본에서 지난 3월5일 개봉한 전쟁영화 <로렐라이>가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런 정치적 상황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극우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로렐라이>가 보여주는 어떤 태도는 적지않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일본에서 <로렐라이>를 보고 현지 분위기를 관찰한 영화학도 김려실씨는 <로렐라이>가 패전의 역사를 승리의 역사로 조작하는 교묘한 선전영화라고 말한다. 과연 <로렐라이>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한국에서 8·15는 광복절이지만 일본에서 이날은 종전 기념일, 즉 2차 세계대전에 패한 날이다. 종전 60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에서는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들이 연이어 개봉 중이다. 가상역사물, 첩보스릴러, 실화 각색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군국주의적 소재를 세련된 비주얼과 오락성으로 포장함으로써 게임 세대들의 감수성에 호소하고 있다는 것. 한달 만에 입장객 150만명을 기록하며 신세대 전쟁영화의 스타트를 끊은 <로렐라이>를 중심으로 일본 전쟁영화의 코드를 해독해본다.

아니메적 상상력 가득한 전쟁영화 <로렐라이>

<로렐라이>는 아군의 함정을 공격하고 귀신같이 사라지는 일본 함정을 홀린 듯이 바라보는 미군 청년의 내레이션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 목소리는 노인이 된 그와 일본 청년의 대화였음이 드러난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직으로 물러나 있던 마사미 소좌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자 아사쿠라 대좌로부터 ‘伊507’의 함장으로서 미국의 원폭투하를 저지하라는 특수임무를 명령받는다. 어부를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라인 강의 요녀 로렐라이처럼 부지불식간에 공격하고 사라지는 이 일본 잠수함은 미군들 사이에서는 마녀로 불린다. 독일의 항복 뒤 일본 해군이 접수한 伊507은 나치 과학의 결정체로 초고감도의 수중탐사장치 ‘로렐라이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로렐라이 시스템의 중추가 인간, 그것도 미소녀(<제5원소>!)라는 것이다. 액체를 매개로 타인의 생각을 읽고 전달할 수 있는 파울라는 나치의 생체실험으로 만들어진 인간병기였던 것이다. 전투 중 마비상태에 빠진 그녀는 소년 특공대원 유키토와 인정미 넘치는 아저씨 대원들의 보살핌으로 회복되어가고 차차 일본인으로 동화된다.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자 도쿄의 위정자들은 무조건 항복을 결단하는데 잠수함에서는 반란이 일어난다. 그 배후는 바로 마사미에게 일본을 멸망으로부터 구하라고 했던 아사쿠라. 미국 유학파(!)인 그는 처음부터 미국과 비밀협정을 맺고 도쿄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겁쟁이들이 만든 전후는 필요없다”는 아사쿠라는 전쟁이 무슨 게임인 양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고 일단 도쿄부터 부숴서 위정자들이 망쳐놓은 일본을 리셋한 뒤 신일본을 건국하려 한다. 도쿄가 원폭으로 사라지는 삽입화면(상상) 뒤, 여차저차해서 다시 함정을 장악한 마사미는 “일본인은 스스로 절망으로부터 일어난다”는 명언을 남기고 미군의 원폭탑재기가 발사될 타니안 섬으로 진격한다.

“나는 강요하지 않겠다. 내리겠다면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정하라”는 마사미의 결단으로 25명이 하선하고 “내린 사람은 겁쟁이가 아니라 그들도 우리의 희망이다”라는 그의 명언은 계속된다. 인간어뢰가 되어 미 함정에 충돌, 자폭하겠다는 유키토는 말리면서 왜 파울라는 끝까지 써먹는지. 어쨌든 고장난 발전기도 키사키 대위의 목숨을 건 희생으로 고치고(<아마겟돈>!) 원폭탑재기의 폭파를 완수한 마사미. 그러나 자폭으로 적을 막을 수밖에 없는 최후의 항전(<인디펜던스 데이>!)은 다가오고 유키토와 파울라를 떠나보내며 그는 마지막 명언을 남긴다. “언젠가는 분명히 일본을 재건할 기회가 온다.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어린애들을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다. 정말로 소중한 것을 찾아 지켜라.” 척하면 삼천리인데 굳이 “그것이 무엇입니까?”, “너는 충분히 알 것이다”라는 선문답을 끝내고 유키토는 파울라와 함께 탯줄에서 끊겨나온 아기처럼 작은 잠수정을 타고 망망대해로 떠난다.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노인을 찾아온 청년이 실은 유키토의 자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도대체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나 한 건지 노인은 고작 소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부대 전체가 미군에 맞섰다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동문서답을 한다. 마지막으로 낙원과 같은 하와이의 풍경을 보며 청년은 “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지켰다”라는, 진주만 공습을 역사의 오점으로 아는 미국인들이 들으면 참으로 황당할 것 같은 말을 남긴다.

<로렐라이>의 제작진

특촬전문 감독과 전쟁소설 전문작가가 만났을 때

<로렐라이>의 감독 히구치 신지는 특수촬영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84년 부활한 괴수영화 <고지라>의 모형제작에 참가한 뒤,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는 TV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세기 에반게리온> <가메라> 삼부작 <드래곤 헤드> <캐산> 등 주로 애니메이션, 괴수영화, 판타지물에서 활동해왔다. 본격적인 극영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인데 원작소설의 무거운 주제도 그의 손이 닿자 애들도 어른들도 매료되는 해피밀 세트같이 변했다.

원작자 후쿠이 하루토시는 1997년 추리소설계의 아쿠타가와 상인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 이후 <망국의 이지스> <종전의 로렐라이> <전국자위대 1549> 등 군국주의적 소재를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와 <고지라>를 보고 자란 세대다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소설로 주목받고 있다. <종전의 로렐라이>는 후쿠이가 제안한 플롯을 바탕으로 히구치는 영화를, 후쿠이는 소설을 완성한 일종의 영화소설이었고 <망국의 이지스>와 <전국자위대 1549>도 만화, 영화 등 매체를 넘나들며 후쿠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출연진으로는 <쉘 위 댄스> <실락원> <우나기>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 배우 야쿠쇼 고지가 함장 역을 맡았으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69 식스티나인>의 차세대 스타 쓰마부키 사토시가 특공대원 역을 맡았다. 그리고 십대의 아이돌 스타 가시이 유가 최첨단 병기의 열쇠를 쥔 히로인으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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