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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스포츠고 인생은 인생이다, <코치 카터>
문석 2005-05-10

카터 코치, 패배주의에 빠진 농구부 아이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다. 인생에서 이기는 법도 가르쳤을까?

실화에 기반한 영화 <코치 카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농구부 감독 켄 카터(새뮤얼 L. 잭슨)가 커다란 자물쇠로 체육관을 폐쇄할 때다. 그는 농구부 아이들이 자신과의 계약과 달리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수업일수를 채울 때까지 농구부 훈련은 물론이고 다른 팀과의 경기마저 포기한다.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지역사회까지 반발하지만 카터의 의지는 굳세다.

카터가 리치몬드 고등학교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할 때 아이들과 맺은 계약은 그의 말마따나 ‘단순한 규칙’에 불과해 보인다. 모든 학생이 C+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하고 기본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며 수업 때는 맨 앞줄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조건은 아이들에게 가혹하기 짝이 없다. 실업과 빈곤,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슬럼인 리치몬드의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꿈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마저 학생들을 거의 포기한 상태. 카터는 비록 농구부 감독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 노력한다. 그는 농구의 기술과 체력, 팀워크를 가르치지만 이와 함께 대학 진학에 대한 희망도 보여준다. 그가 아이들과 계약을 맺은 것도 농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수업일수와 학점이 떨어지면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잘된 스포츠영화가 그렇듯 <코치 카터>는 뻔한 줄거리와 결말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이다. 힙합과 핸드헬드 카메라의 리듬은 감정을 더욱 출렁이게 하며, 새뮤얼 L. 잭슨의 연기 또한 흠잡을 구석이 없다. 아기가 생긴 캐년과 키라의 이야기나 뒷골목을 전전하는 크루즈의 이야기도 짜임새를 더한다. <코치 카터>의 특이점은 스포츠와 인생을 등식관계에 놓는 여타 스포츠영화들과는 약간 궤를 달리한다는 사실. 오히려 카터는 ‘스포츠는 스포츠고 인생은 인생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카터는 “20대 초반 흑인 남자의 33%가 전과자고 대학보다 감옥에 갈 확률이 80%나 높”은 리치몬드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대학으로 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대학 진학이야말로 마약과 총알이 빗발치는 이 ‘비열한 거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라는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는 아이들에게 푸시업과 왕복달리기라는 강제수단을 사용한다. 강제로라도 운동과 공부를 병행시키는 쪽과 운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게 하는 쪽 중 어느 편이 더 교육적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카터의 방법론이 거슬리는 건 사실이다.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현실 속 학원스포츠보다는 낫기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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