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시내 라이트> [1]

안성기·문근영 주연 <씨네21> 10주년 기념 영화

<씨네21>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안성기문근영 두 배우를 잡지의 얼굴로 초청하면서 특별한 표지를 기획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시티 라이트>에서 설정을 빌려 취재기자가 짤막한 시나리오를 썼고, 두 배우는 각각 채플린과 꽃을 파는 소녀 역을 맡아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했으며, 사진기자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 사람이 10주년 기념호의 얼굴이 된 데는 의미가 있다. 80년대를 충무로의 독보적인 주연배우로 활동한 안성기가 <씨네21>이 창간될 당시 ‘국민배우’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면, 어떤 여배우 계보에도 잇기 어려운 독특한 소녀성을 가진 문근영은 현재 만인의 누이이거나 조카 혹은 딸이다.

토요일 오후 1시.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달콤한 시간에 표지 촬영을 위해 두 배우와 여러 종류의 인력들이 스튜디오로 모였다. “공부하기 힘들지?” 안성기가 말을 건넨다. “그래도 고2 때보단 나아요. 고2 때까진 새로 배워야 하지만, 고3은 복습만 하면 되니까”라고 문근영이 답한다. 안성기는, 문근영이 태어나지도 않은 1957년 다섯살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데뷔를 했고, 문근영은 안성기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개봉시킨 1999년에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로 데뷔했다. <씨네21>의 10년보다 더 긴 세월을 상상하게 하는 두 사람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스튜디오 내에선 인자한 선배가 명동에서 사들고 온 고기만두와 간장 냄새가 기분좋게 퍼졌다.

채플린과 꽃파는 소녀가 처음 만나는 장소를 그린 배경이 벽에 걸리고, 꽃이 놓이고, 복장을 갖춘 배우들이 등장하자 촬영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라는 것에 맞춰 뭔가를 만들어내보긴 처음인 기자들이 서투르게 현장을 진행하고 변덕스럽게 연출 지시를 내려도, 두 배우는 시종 미소를 잃지 않는 좋은 심성과 당일 받은 쪽대본에다 감정을 실어넣는 프로페셔널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것은, 10주년이란 핑계를 삼지 않으면 겪어볼 수 없는 감동이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었다. 비단 배우들뿐 아니라 많은 스탭들의 협조와 노고로 완성된 짤막한 단편영화를, 시나리오와 스틸로 지면 위에 재구성했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