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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국서 공식 개봉한 지아장커의 <세계>

“나의 변화는 정당하다”

<세계>

이제 중국 지하전영의 대표감독이라는 직함은 더이상 지아장커에게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받은 홀대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지아장커는 4월8일 신작 <세계>의 중국 공식 개봉일이 지난 지금도 선전, 홍콩, 광저우, 상하이, 난징, 청두 등을 돌며 자신의 영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광저우 시사회에 운집한 관객과 그들의 뜨거운 환대에 눈시울을 적시는 지아장커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누구보다 중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독 자격도 상실해가며 지하영화를 찍고 자국 관객과의 소통을 기다렸던 감독의 진심이 보이기도 한다. 이곳 매체들도 이러한 지아장커의 최근 행보에 주목하고 연일 그에 관한 기사와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

극적인 지아장커의 영화외적 행적보다 정작 중요한 영화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사실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각 도시의 기자회견장에서는 지아장커의 변화에 대한 기자들의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들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단락으로 나뉜 내러티브가 너무 산만하지는 않은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생동감이 없지는 않은가’, ‘조잡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은 왜 사용하였는가’ 등. 지아장커는 이러한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기자들의 의견이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당당하게 충분한 이유를 밝혔다.

“내가 만약 변치 않는 방법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우리가 대면한 세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중국 내 공식 상영을 고려한 결과는 절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지키고 있다”, “나는 중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산시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산시와 다른 지방이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관람 습관의 문제이다. 내 영화는 어떠할 것이다는 기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실망을 하는 것이다. 삶의 표면을 그려내려고 고의적으로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천박하다고? 천박함 또한 삶에 대한 일종의 느낌이고 도시인의 삶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인터넷서핑하듯 그들의 삶을 봐줬으면 한다”, “<임소요>를 찍을 때부터 애니메이션 장면을 고려했다. 당시 여러 차례 시도해보았지만 영화와 어울리지 않더라. 영화 속 인물들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화면이 빈번한데, 애니메이션이 끼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관객의 반응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개봉 주말 베이징에서의 흥행성적은 5만위안에 불과했고, 선양의 두 개봉관에서는 이틀 동안 단 38장의 표가 팔리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해 이미 영화 상영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흥행성적에 대해 지아장커는 “(흥행성적) 1위안도 적지 않고 1천만위안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1명이라도 영화관에서 내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승리다.” 이례적으로 베이징과 더불어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고, 영화 속의 인물들과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 ‘이민도시’ 선전에서는 개봉일 10만위안이라는 양호한 흥행성적을 올렸다.

<세계>는 지아장커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껴질 법한 영화이다. 마치 발리우드의 뮤지컬영화 같은 강렬한 색채의 포스터 위에 새겨진 지아장커의 이름처럼 말이다. 지아장커 영화에 이렇게 많은 플래시애니메이션 장면이 등장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그가 견지해온 여러 영화 요소들도 여전하다. <플랫폼> <임소요>에 이어 자오타오는 이번에도 춤을 추고 있고, <소무>의 왕홍웨이는 수염을 기른 채 화면을 서성인다. 그들 모두 산시인으로 등장하고, 카메라도 여전히 집요하게 그들을 뒤쫓는다.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사투리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소무>에 등장하는 허름한 노래방보다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KTV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다. 항상 자신의 영화에서 얼굴을 내밀던 지아장커는 이번에는 자신을 대신해 역시 지하전영의 대표감독 왕샤오솨이를 카메오로 등장시킨다. 그는 여기서 파티의 주모자이자 시골처녀 자오타오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사업가로 나온다. “저희에게 하루를 투자한다면 당신에게 세계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세계공원의 광고문구처럼 두 시간을 투자하고 지아장커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관객 중 ‘고향 삼부작’을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잠깐 동안 등장하는 왕홍웨이를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아장커의 차기작은 수통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자청시대>(刺靑時代)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지아장커 자신이 걸어온 청춘의 기억을 겹쳐보일 이 영화는 올 11월에 크랭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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