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에서 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하던 남자를 기억하는지?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고도 고백하던 그의 애타는 마음을. 그 남자가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상태로 시간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어바웃 러브>는 친구의 아내를 너무 오래 사랑해온 한 남자가 그 마음을 우연한 계기로 고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로맨틱코미디로 풀어냈다.
밸런타인 데이가 되면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의 아내 앨리스(제니퍼 러브 휴이트)를 사랑하는 아치(더그레이 스콧)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 혼자 술에 취해 길을 걷던 그는 술김에 앨리스에게 익명으로 사랑 고백 엽서를 보내는데, 앨리스는 남편 샘(지미 미스트리)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익명으로 그에게 카드를 쓴다. 샘은 ‘미지의 여인’을 향해 열정을 품는다. 문제는, 샘이 카드를 보낸 사람이 오랜 정부 캐챠라고 생각한다는 사실. 장난처럼 시작한 익명의 카드 장난은 결국 앨리스와 아치, 샘, 그리고 캐챠를 혼란 속에 몰아넣는다.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유지하라, 그러면 당신은 행복한 바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앨리스가 사랑을 시험하는 순간, 이미 파국은 예견된다. 앨리스는 샘과 너무 오래 함께해왔기 때문에 서로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 인상적인 조연인 앨리스의 언니는 기혼, 미혼을 따지지 않고 활발한 성생활에 매진하는데, 그런 언니의 도움으로 섹시해지기 위해 포르노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가고, 야한 의상을 판매하는 숍에 들르는 장면들은 재치있다. 외국에서도 포르노 비디오 제목은 인기영화 제목을 패러디하는 모양으로, <섹스 액츄얼리> <페니스 벤츄라> 같은 영화 제목들이 나열될 때, ‘코미디’로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에버 애프터>에서 터프한 신데렐라 드루 배리모어의 도움을 받는 왕자님을 연기한 더그레이 스콧이 앨리스를 짝사랑하는 아치를 연기한다. 샘을 연기한 지미 미스트리는 <구루>에서 우연히 섹스 도사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는 라무 역을 코믹하게 소화했던 배우. 예쁘다기보다 귀여운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자신의 섹시함을 샘에게 알리기 위해 야한 의상을 입고 가발을 쓰는 모습이 로맨틱하다기보다 슬퍼 보인다는 게 문제지만, 영화는 결국 로맨틱코미디의 예정된 해피엔딩에 안착한다. 단, 너무 오래된 커플이 함께 이 영화를 보면 공연히 분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영국의 작은 도시에 면한 바닷가의 풍경, 그저 있는 자체로도 아름다운 오래된 다리들을 비추며 소소한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