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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매니지먼트 빅뱅 [1]
김수경 김도훈 문석 2005-04-12

한국 영상산업의 핵심파워로 부상한 매니지먼트 산업, 독인가? 약인가?

왠만해선 이들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충무로가 술렁이고 있다. 제작, 투자, 배급의 지형 변화에 따라 꾸준히 출렁거렸던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그 진앙지는 매니지먼트다. 한때 배우 스케줄 조정 등 단순업무만을 했던 매니저들이 이제 영화산업, 나아가 전반적인 영상산업의 핵심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매니지먼트 산업은 한류 열풍, 대기업 등의 투자 등에 힘입어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갈수록 높아만가는 스타 파워를 근간으로 영화제작 및 투자, 드라마 외주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관련자들은 지금의 움직임이 좀더 거대한 변화의 전조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현재 매니지먼트 업계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최지우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우 히메’ 최지우는 최근 예당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알려진 최지우의 계약조건은 계약기간 3년에 전속금만 무려 10억원.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존재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일반인은 물론 매니지먼트 업계 내부자들까지 놀라게 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전속금만이 아니다. 일부에 유출된 이 업체의 내부 사업계획서는 수십억원을 투자해 국내 톱스타 15∼20명을 전속 계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에는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을 만한 연기자 4명도 포함돼 있고, 최지우는 그중 한명이었다. 아직 최지우 스카우트 외에는 가시화된 게 없지만, 업계는 예당이 상당한 연기자를 확보해 또 하나의 거대 매니지먼트 업체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예당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가 단지 스타급 배우들이 한곳에 집결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예당이 음반사업의 강자로 활동해왔으며 케이블TV 채널 ETN을 계열사로, 영화제작사이자 매니지먼트 업체 웰메이드필름 등을 관계사로 확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배우 확보는 매니지먼트 사업만을 펼치기 위한 차원이 아님이 확실하다. 이 사업계획서는 배우들을 확보해 영화와 드라마를 자체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제작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해외에 유통시키며 배우의 화보와 영상집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획 또한 들어 있다. 결국 확보한 스타의 힘을 바탕으로 영화산업, 나아가 영상산업의 전면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스타 모셔오기 경쟁, 대형화 추세

비단 예당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최근의 매니지먼트계에서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계약을 맺지 않은 스타를 둘러싼 업체간의 영입경쟁과 매니지먼트 기업 사이의 합병 등 복잡미묘한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것. 현재 송혜교, 김하늘 등 아직 계약을 맺지 않은 스타들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합이 붙어 있고, 소속사가 엄연히 있는 대형 스타들에 대해서도 거액의 ‘입질’이 오가고 있다. 매니지먼트 업체끼리 또는 매니지먼트 업체와 다른 분야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빅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임창정이 소속된 먼데이엔터테인먼트는 3월29일 방송 외주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스미디어와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또 매니지먼트를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는 한 코스닥 등록업체는 대형 배우가 소속된 2∼3개의 매니지먼트 업체와 합병 논의를 펼치고 있으며, 드라마 외주제작사 K프로덕션이 여러 매니지먼트 업체를 접촉하며 대형 매니지먼트사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GM기획의 김광수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포이보스가 아이스타 시네마의 지분 50%를 인수한 일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도연

이처럼 분주한 분위기는 요즘 매니지먼트계의 중요한 화두를 알 수 있게 한다. 그것은 대형화, 기업화다. “대형화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한다”는 김정수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야기는 요즘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원론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대형화의 이점은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외 협상력의 강화다. 대형화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는 싸이더스HQ다. 2000년 싸이더스라는 깃발 아래로 모였다가 2002년 분리된 싸이더스HQ는 김혜수, 박신양, 이미연, 전도연, 전지현, 정우성 등 톱스타들을 거느리고 막강한 협상력을 발휘해왔다. 좋은 배우들이 워낙 많이 모여 있다보니 제작자나 방송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싸이더스HQ는 제작자로부터는 “배우를 이용해 매니지먼트사의 힘만을 무한하게 키운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반면 후발 매니지먼트 업체에 싸이더스HQ는 따라가야 할 사업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이동통신업체의 대거 투자로 주가 상승

특히 최근의 사건 하나는 매니지먼트계의 대형화라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2월3일 SK텔레콤이 싸이더스HQ의 모기업인 IHQ에 144억4천만원의 지분투자를 하면서 지분 21.66%를 보유, 2대 주주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SK텔레콤은 내년 3월15일부터 4월30일 사이에 현 최대주주 정훈탁 대표의 주식 중 500만주를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이 내년 이 시기에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싸이더스HQ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이 된다.

SK텔레콤의 지분인수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기업의 거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목돈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영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으며 회사의 신용도 상승하는데다 무엇보다 주가상승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3일 2305원이던 싸이더스HQ의 주가가 4천원대를 돌파한 데는 SK텔레콤의 지분인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합종연횡과 대형화가 비교적 규모가 크거나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매니지먼트 업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SK텔레콤이 움직이면 다른 이동통신업체가 움직인다”는 업계의 정설처럼, 실제로 한 이동통신업체가 매니지먼트사를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접촉 중이라는 소문이 퍼져나오고 있으며, 대기업의 참여를 기대하는 창투사, 개인자본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어차피 대형화가 불가피한 일인데다가 그 과정에서 ‘제2의 대박’ 기회까지 얻으면 금상첨화 아닌가”라며 최근의 대형화 추세를 설명한다.

<몽정기>부터 <주먹이 운다>까지

매니지먼트 업체의 직접 제작·공동제작·제공·공동제공·배급 영화 리스트(최근작순)

2005년 현재까지 <주먹이 운다> 브라보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잠복근무> 아이필름 공동제작 <파송송 계란탁> 굿플레이어 제작, 먼데이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B형 남자친구> 공동제공 구더더베터엔터테인먼트 <키다리 아저씨>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2004년 <S다이어리> 아이필름 제작, 아이러브시네마 공동배급 <시실리 2Km> 먼데이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얼굴없는 미녀> 싸이더스HQ 제공, 아이필름 제작 <신부수업>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누구나 비밀은 있다>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제공 <투 가이즈> 보람영화사 제작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아이필름 제작 <내사랑 싸가지> 포이보스 제작

2003년 <동해물과 백두산이> 주머니필름 공동제작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싸이더스HQ 공동제작 <위대한 유산> 싸이더스HQ 공동제공 <조폭마누라2>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공동제공 <4인용 식탁> 싸이더스HQ 공동제작 <역전에 산다>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마들렌> 싸이더스HQ 공동제작

2002년 <몽정기> 싸이더스HQ 공동제작

사진 <씨네21>사진팀·일러스트레이션 노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