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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4] - 자몽(JA夢)
사진 이혜정김도훈 2005-03-22

90% 기본에 10% 변화만 더한다

“자몽(JA夢)은 블록버스터 작업에 대한 경험이 많아서 영화의 규모에 맞는 힘있는 포스터를 잘 만든다. 그런가 하면 <천국의 아이들> 같은 예술영화에서도 영화 내부의 힘으로부터 비주얼을 제대로 뽑아낸다. 다들 손이 엄청 빠르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일도 믿음직스럽게 빨리 해내는 동시에 퀄리티도 출중하게 유지하는 팀이다.” (시네와이즈 김창아 팀장)

히스토리

자몽은 오래된 젊은 회사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몽 창립은 2001년이지만 두목 안태희(33) 실장의 경력은 15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극장 선전부장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오랜 경력을 살려 튜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던 그가 2001년 말에 독립해서 꾸린 회사가 ‘자몽’이라고 읽히는 JA夢이다(회사명의 J와 A는 안태희 실장과 당시 공동창업자의 성에서 이니셜을 딴 것이다). 자몽이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보낸 것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의 포스터였다. 시작부터 대담하게 출발한 자몽은 “내 굵직한 외모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안태희 실장의 말(과 외모)에서 짐작이 가듯, 남성적인 블록버스터들(<내츄럴시티> <실미도>)에서 장기를 발휘해왔다. 그런가 하면 자몽이 자랑스레 작업한 독립영화 <송환>과 <영매>도 빼놓을 수 없다.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안태희 실장으로서도 할아버지(<송환>)와 할머니(<영매>)들의 사진만으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것은 난감한 일이었다. 결국 “<영매>는 할머니들이 가득한 스틸 속에 작게 찍혀 있던 영매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만들었다.” 자몽의 소대원들은 작고 세밀한 곳으로부터의 영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스타일

자몽의 원칙은 간결하다. 첫째도 ‘간결함’, 둘째도 ‘간결함’이다. 안태희 실장은 아주 심플한 하나의 컷을 살려서 그저 툭 하고 던지듯이 가는 포스터를 좋아한다. 자몽의 대표작인 <바람의 파이터>와 <실미도>의 포스터가 주는 직설적인 강렬함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어린 시절 불조심 포스터를 그릴 때면 그림은 최대한 단순하게, 색은 최소한으로 사용하라는 것이 선생님들의 가르침이었다”고 회상하는 안태희 실장은 여전히 그때의 느낌들을 간직하려 애쓴다. 포스터에 지나치게 심한 변화들을 가미해서 독특하게 튀어보려는 시도들은 자몽이 지양하는 것들이다. “90% 기본에 10%의 변화가 가미되는 것이 좋은 포스터”라는 것이 자몽의 변치 않는 작업수칙이기 때문이다. 외화들을 주로 작업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보람도 더 큰” 한국영화 작업에 애착을 느끼는 자몽은 현재 홍상수의 <극장전>을 손에 쥐고 고심 중이다. 안태희 실장은 (1천장도 넘는 사진들 중에서 고른) 수백장의 현장사진을 책상 위에 늘어놓는다. 그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포스터의 인위적인 분위기를 싫어했던 홍상수 감독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며 새로운 실험과 창조의 순간을 앞두고 군침을 흘리는 중이다.

언포게터블

<클래식>/ 영화사에서는 주인공(조인성, 조승우, 손예진)을 모두 넣고 싶어했다. 하지만 조인성과 조승우는 다른 시대의 인물이어서 한곳에 집어넣으면 광고용 포스터 느낌만 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손예진 단독으로 가는 포스터가 옳다고 고집했고, 다행히 곽재용 감독님이 우리 안에 힘을 실어주셨다.

<거울 속으로>/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영화사와 회의를 거듭하면서 산으로 올라간 케이스다. 처음에는 거울 속 유지태가 거울 밖의 유지태를 쳐다보는 컨셉이었다. ‘한번에 오케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영화사쪽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최종 확정된 포스터는 유지태의 커다란 얼굴 옆에 있는 거울 속에 거꾸로 된 여자 얼굴이 있는 버전이다. 참 재미없다. 흥행을 위해 과도하게 뭔가를 집어넣고 포장하다 보면 결국에는 실패작이 나오게 마련이다.

대표작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무도 모른다> <피와 뼈> <극장전> 2004년 <바람의 파이터> <송환> <시실리 2km> <오페라의 유령> 2003년 <실미도> <미소>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내츄럴시티> <영매> <클래식> <폰> 2001년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천국의 아이들> <아이 엠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