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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3] - 스푸트닉
사진 정진환이영진 2005-03-22

인류의 문화유산을 최대한 활용!

“디자인 업계의 관성이나 익숙함을 거부하는 게 좋았다. 한때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했던 김상만 실장을 비롯해서 팀 전체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

히스토리

스푸트닉(Sputnik)은 신생 업체다. 만들어진 지 고작 1년여다. 그렇다고 허투루 볼 수 없다. 김상만, 이관용, 스푸트닉호를 발진시킨 이들 두 사람의 만만찮은 영화판 경력 때문이다. 김상만 실장은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의 미술감독으로 활동했고 <조용한 가족> <정사> 등의 포스터 작업을 했다. 만화가,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활동했던 이관용 실장 또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의 포스터 작업을 진행했었다. 김상만 실장이 같은 과 후배인 이관용 실장의 “함께해요”라는 수차례의 제의를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면 스푸트닉호의 발사는 앞당겨졌을지도 모를 일. 김상만 실장이 미술감독 겸업 대신 포스터 디자인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난해 초에야 스푸트닉이 탄생했다. “혼자 작업하면서 곁에서 서로의 작업을 모니터해줄 사람이 없는 것이 힘들었다”는 게 두 사람이 말하는 동반자 선언의 이유(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에서 따온 ‘스푸트닉’은 러시아 말로 원래 길벗, 동반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의기투합의 결과는 <그때 그 사람들> <친절한 금자씨>의 티저 포스터에서 빛을 발했다. “독특하고 강렬한 비주얼”로 충무로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이다.

스타일

“인류의 문화유산을 최대한 활용하자.” 스푸트닉의 모토 아닌 모토다.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유명 사진작가 피에르&쥘의 작업들에서 영감을 가져온 경우다. 김상만 실장은 “라틴계 종교화들을 본떠 싸구려 도상을 뒤섞는 키치의 감성으로 무장한 이들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다”면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영화 제목과 내용이 언밸런스했고, 무엇보다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비인간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영애의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최근 작업 중인 <혈의 누>도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 시대 상징주의 회화가 즐겨 다룬 퇴폐적인 죽음의 기운을 수혈받았다. “최종적으로는 동양의 느낌들이 가미됐지만, 여자가 죽는 첫 장면에서 그때의 그림들이 떠올랐다.”(이관용) <그때 그 사람들>의 경우 영화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쟁으로 빠져드는 걸 막고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부각하기 위해 “1980년대 미국의 B급 코믹탐정물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결과다. “우리 디자인을 보면 올드하고, 무겁고, 칙칙하다. 다만 사진에 기대지 않는 영화적인 포스터란 뭔가 끊임없이 자문하려고 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근사한 3D로 만든 <스파이더맨2>, 배우 얼굴을 훼손하기까지 하는 대담한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 등을 언젠가 해보고 싶지만, 두 사람이 현재 상황에서 충무로에 바라는 건 ‘작업시간 보장’. 이들은 “티저 포스터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건 상대적으로 본 포스터 작업 기간 보다 길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인다.

언포게터블

“우린 옛날이야길 할 수밖에 없겠다. <품행제로>는 처음엔 키치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작업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영화가 안 그렇더라. 포스터라는 게 영화 본연의 냄새를 풍겨야 하는 건데. 컨셉을 급하게 바꿔야 했다. 제작사쪽에서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했지만 작업 내내 불안했다. 처음 내놨을 때 제작사에서 좋아했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이관용) “<범죄의 재구성>은 사진 선택할 때 인물들의 표정을 고려해보니 가장 맘에 드는 게 흑백이었다. 고민 끝에 하는 수 없이 흑백 사진에 일일이 컬러를 입히는 수고를 택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그래서인지 기억에 남는다.”(김상만)

대표작

2005년 <여자, 정혜> <안녕, 형아> <혈의 누> <간큰가족> <연애의 목적> <친절한 금자씨> <청연> 2004년 <그녀를 모르면 간첩> <고독이 몸부림칠 때> <범죄의 재구성> <효자동 이발사> <돌려차기> <분신사바> <주홍글씨> <내 머리 속의 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