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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요시나가 사유리의 파워 보여주는 <북의 영년>

일본이 사랑한 여배우

<북의 영년>

일본의 국민 여배우 요시나가 사유리의 111번째 출연작 <북의 영년>이 최근 히트하며, 새삼 ‘사유리스트’들이 화제다. 이는 1960년대 요시나가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의 팬들을 가리키던 말. 지난 1월 개봉된 이 작품은, 최근까지 6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며 2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60∼70대가 된 노년의 사유리스트들이 몰리며 ‘노인 할인’ 적용이 많은 탓에 관객 수에 비해 흥행액수는 18억엔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2시간48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에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요시나가는 1959년 영화에 데뷔한 뒤 닛카쓰와 도에이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톱자리를 지켜왔다. 남자로 치면 <철도원>의 다카쿠라 겐과 같은 비중이라 할까. 그에겐 <큐포라의 어느 거리>나 <진흙투성이의 순정> 등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작들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일본인들에게 그는 청순한 여주인공의 상징이다. 지금으로 치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일으켰던 <사랑과 죽음을 지켜보며> 등을 통해 그는 순애보의 상징이 되었다. 싱싱하고 빛나던 젊은 시절에 비해 후반기로 올수록 연기가 패턴화되고 새침한 표정만이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렸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분명 <북의 영년>은 그에게 친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눈엔 당혹스러웠다. 한참 나이가 아래인 와타나베 겐(<라스트 사무라이>)의 아내 역할을 하는 거야 그렇다고 하지만, 개척기 홋카이도에 강제이주당한 사무라이 일족들이 거친 황무지를 캐고 매서운 눈바람 속에 쓰러져가는데도 홀로 하얗게 화장한 고운 얼굴로 내내 등장하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변치 않는 우상의 모습을 바라는 사유리스트들에겐 즐거운 일이겠지만.

제작비 15억엔(150억원), 엑스트라 7천명이 들어간 이 대작의 감독은 <고>의 30대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다. 이것도 요시나가가 “유키사다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낙점’한 덕분이라 한다. 어쨌든 유키사다 감독은 거대한 스케일에 눌리지 않고 솜씨있게 시대극을 끌어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세상의 중심에서…>에 이어 또 한번 장타를 날렸다. 후반부가 억지스럽긴 하지만, 19세기 홋카이도의 개척을 그린 이 영화는 사실 장대한 서사극 자체로는 감탄할 만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스케줄로도 바쁜 와나타베 겐도 요시나가를 돕겠다며 기꺼이 참여한 예다. 이에 맞춰 발매된 요시나가의 DVD 콜렉션, 고급 사진집도 판매 호조라 한다. 이렇든 저렇든 여배우가 60살이 되기까지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건 부러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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