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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성형수술, 여배우에겐 필요악인가?
박은영 2005-02-02

보톡스가 너무해

줄리아 로버츠

성형수술이 영화를 망친다? 여배우들의 성형이 일반화되면서, 제대로 된 표정 연기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가 ‘요즘 여배우들의 얼굴에 대해 한마디’라는 글에서 그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다지스는 몇년 전 유럽의 대표 미녀로 꼽히는 여배우가 출연한 시대극을 보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러브신에 돌입해 옆얼굴이 클로즈업된 여배우는 커튼처럼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귀 뒤에 성형수술의 흔적인 듯한 긴 흉터가 슬쩍 드러나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장면에 대해 감독에게 물으니, 돌아온 답이 더 걸작이었다. “아, 완성 프린트가 아니라서 그렇다.” 그러니까, 최종 프린트에선 액션영화의 와이어를 지우듯, 여배우의 얼굴에서 그 수술 자국을 지워낼 거란 얘기였다.

여배우들은 젊게 보여야 할 이유가 있다. 40대만 돼도, 60대 이상의 남자배우와 짝을 이뤄야 하고,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 르누아르는 “여인의 내면이 드러나 보이는” 얼굴 클로즈업을 좋아했지만, 문제는 클로즈업으로 보여지는 얼굴, 그 외양이 종종 내면을 배반한다는 사실. 하지만 보톡스와 주름 제거 수술로 팽팽해진 얼굴에선 어떤 느낌이나 이야기가 풍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표정 연기가 불가능한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지스는 중년에 접어든 할리우드 여배우들 대부분이 살아 숨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도자기 인형 같은 느낌이라며 아쉬워한다.

관객과 함께 자라고 늙어가는 배우의 얼굴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다지스가 예로 든 이는 <리치몬드 대소동>의 열아홉 소녀부터 <인 더 컷>의 원숙한 여인까지 자신의 ‘변천사’를 가감없이 보여준 제니퍼 제이슨 리다. 또 <클로저>에서 주름과 잡티가 도드라지기 시작한 줄리아 로버츠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고 전한다. 나이를 드러낼 것이냐, 감출 것이냐.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뭇 여배우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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