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흡사 난수표와도 같은 이상(李箱)의 시를 단서로 각종 종합 역사적 미스터리를 풀어간다는, 나름대로 기발한 아이디어의 영화였더랬는데, 아이디어만 기발하면 뭐해, 남산식물원을 대저택의 온실로 설정해버린다든지 롯데월드적 풍모의 지하실 세트에서 100년 묵은 일본군 귀신과 대한민국의 국운을 걸고 적인 결전을 벌인다든지 하는 코믹성 짙은 후반부로 인해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던 영화가 바로 이 이었더랬다.
그런데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태평양 건너 저 머나먼 아메리카국으로부터 온 의 환생을 맞닥뜨리고 있으니, 그 영화 바로 다.
암호 같은 시를 단서로 미스터리 추적 어드벤처를 수행하거나, 도시의 일상적인 지형지물을 결정적인 힌트로 써먹는다든가 하는 기본설정은 물론이요, 결국 ‘최후의 장소’로 지하 토굴을 설정하는 마무리까지 희한할 정도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 두 영화는, 심지어 그 ‘구림의 중핵’마저 공통적으로 계승하고 있어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하면, 그 ‘구림의 중핵’이라 함은 무엇이더냐. 물론 이것이 세간에서 얘기하는 이 영화의 치밀성에 대한 문제는 아닐 터, [예1] 완전 따로 놀던 우리편과 나쁜 편이 그 드넓은 미국 땅에서 한날 한시에 아무런 개연성 없이 맞닥뜨리는, 고대소설을 방불케 하는 우연성이라든가 [예2] 특정 시간에 특정 그림자가 가리키는 곳을 결정적인 힌트로 설정하면서도, 그 그림자가 비치는 절기 또는 날짜는 무시하는 등의 안 치밀함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무릇 이런 종류의 영화는 알면서도 대충 속아주는 ‘짜고 치는 고스톱’ 모드로 관람해주는 게 예의인데다가, 그만하면 꽤 오밀조밀하더구먼 뭐. 여튼,
필자가 ‘구림의 중핵’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것, ‘어설픈 애국충정’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만큼은 이 보다 한수 높은 구림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막판에 애국가라도 틀어줄 기세로 ‘깨어나는 민족정기’ 뭐 이런 장엄무쌍한 엔딩을 잡으려 했던 의 애국충정은 참으로 민망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최후의 장소’에서 해골형 일본군 귀신을 등장시키는 설정 같은 건 차라리 귀엽기나 했지, 의 ‘최후의 장소’에서의 문제는 심각하다. 보자. 니콜라스 케이지 형님이 그 장엄한 동작과 함께 마침내 발굴에 성공한 것이 ‘트레져’인 것까지는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결코 ‘내셔널=아메리카국의’ 트레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이 목숨 걸고 찾아낸 그 ‘트레져’란 결국 글로벌 장물의 거대한 도가니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니콜라스 형님이 삼대에 거친 각고의 노력 끝에 발굴해낸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숨겨논 트레져는 대부분 장물이었다’라는 사실이었던 바, 이는 진정 아니 발굴하느니만 못한 트레져에 다름 아니었다.
하여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게 된다.
애국충정… 이것도 앞뒤를 제대로 가린 뒤에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