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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할리우드 여성 수난의 해
김현정 2004-12-16

셰리 랜싱 은퇴 뒤 암울한 여성의 입지… 여성 고용 전망도 어두워

<할리우드 리포터>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 리스트를 발표했다. 1위는 디즈니-ABC 텔레비전 그룹 대표인 앤 스위니가 차지했고, 2위는 소니픽처스 부사장 에이미 파스칼이 차지했다. 3위는 CBS 파라마운트 네트워크 텔레비전 대표 낸시 텔럼, 4위는 MTV 네트워크 대표 주디 맥그래스, 5위는 유니버설 픽처스 대표 스테이시 스나이더다.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 로버트 J. 다울링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이들이 임시직과 데스크 안내원, 어시스턴트 등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면서 “이들은 성(性)이 아니라 지성과 자기 확신, 용기 때문에 성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리스트를 분석한 기획기사에서 “2004년은 여러모로 여성에게 힘들었던 한해”였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13년 동안 단 한번도 리스트에서 빠져본 적이 없는 파라마운트 픽처스 대표 셰리 랜싱의 은퇴다. 다울링은 랜싱에 대해 “어떤 일을 하던, 재능있는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있고, 영감을 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그는 스타일과 우아한 태도로, 재능있는 산업지도자의 모습을 구체화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랜싱의 은퇴를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표현한 것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여성의 입지와도 관련이 있다. 디즈니 CEO인 마이클 아이즈너의 후계자로 멕 휘트먼이 거론되고 있는 좋은 징조도 있지만, 현실은 대체로 암울하다. 라이프타임즈 엔터테인먼트 대표 캐롤 블랙과 E! 엔터테인먼트 CEO 민디 허먼, ABC 엔터테인먼트 대표 수잔 라인 등이 올해 타의가 섞인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여성 고용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 교수 마사 로젠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조사한 연례보고서에서 작가와 감독, 프로듀서, 편집기사, 촬영감독 등 핵심적인 부문의 여성인력 고용비율이 지난 여섯 시즌 동안 정체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TV보다 영화업계에서 더 심각하다. 주요 배역 중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의 1/2에 불과하고, 50·60대에 이르면 그 비율은 1/4까지 떨어진다. 2003년 흥행순위 250위 안에 드는 영화 중 1/5이 주요 부문에 여성인력을 전혀 고용하지 않았다. 미국배우조합 의장 멜리사 길버트는 “가장 막강한 소비자 계층인 40대 여성이 연예산업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와 함께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여배우들의 리스트도 발표했다. 1위는 개런티 2천만달러를 받는 줄리아 로버츠. <할리우드 리포터>는 마이크 니콜스의 <클로저>에 출연하고 쌍둥이를 출산한 줄리아 로버츠가 최고의 한해를 누렸다고 평가했다. 2위의 카메론 디아즈는 로버츠처럼 2천만달러를 받지만, 올해 <슈렉2>의 목소리 출연 말고는 영화가 없다는 점에서 한 계단 밀려났다. 3위의 니콜 키드먼, 4위의 리즈 위더스푼, 5위의 드루 배리모어는 모두 개런티 1500만달러를 받는 여배우들. 할리 베리는 1400만달러를 받아 6위에 올랐고, 개런티 1200만달러를 받는 샌드라 불럭과 안젤리나 졸리, 르네 젤위거, 제니퍼 로페즈가 차례로 7위부터 10위까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