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12월10일부터 스페인영화제 상영
주한 스페인대사관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공동주관으로 펼쳐진 스페인영화제가 로드쇼의 마지막 일정인 서울에 도착했다.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청주의 지방상영을 마치고 12월10일부터 6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펼쳐질 이번 영화제가 소개할 감독은 ‘바스크의 초현실주의 작가’ 훌리오 메뎀과 할리우드에 고딕풍 호러 바람을 일으킨 신성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이다. <마스크 오브 조로>의 감독직을 제안했던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바스크에 집중하고 있는 메뎀과 <디 아더스>를 통해 영어권 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아메나바르의 현재 행보는 매우 대조적이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원래 칠레 출신이다. 피노체트를 피해 스페인으로 건너온 가족들 속에서 자란 아메나바르는 영화학교에 입학했다가 이론 중심 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그만둔다. 19살 때 만든 단편을 시작으로 24살에 선보인 장편 데뷔작 <떼시스>로 자신의 존재를 만방에 알린 그는 이듬해 <오픈 유어 아이즈>로 스페인과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신성으로 급부상한다. <디 아더스>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아메나바르의 최신작은 식물인간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다룬 <바다 속으로>. 1958년생 훌리오 메뎀은 바스크 출신이며 의학을 전공했고 한때 영화평론가로 활약했다. 1992년 장편 데뷔작 <암소들>(사진)을 시작으로 <붉은 다람쥐> <대지> <북극의 연인들> <섹스 앤 루시아> 등 지속적으로 문제작을 선보였다. <북극의 연인들>은 자국에서만 4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그가 가진 흥행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최신작은 2003년 <바스크의 공: 돌에 맞댄 살>이라는 다큐멘터리. 다음 작품도 전작처럼 바스크 지방의 갈등을 다룬 극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아메나바르의 주요작 세편과 훌리오 메뎀의 작품 다섯편이 소개된다. 아메나바르의 작품은 모두 극장 개봉을 거쳤지만 메뎀의 경우 주요작들이 처음 본격적으로 소개된다고 할 수 있다. 프리 이벤트로 스페인의 국가대표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와 <나쁜 교육>도 12월8, 9일 이틀간 4회씩 상영된다.
김수경 lyresto@cine21.com
<암소들> Vacas l 훌리오 메뎀 마뇰 드 올리베이라와 테렌스 맬릭을 합친 듯한 형식미가 돋보이는 연대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3대 60년간 얽히고 설킨 두 가문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비극의 시작은 이리히벨이 카를로스 전쟁 도중에 죽어버린 친구이자 라이벌이던 맨딜루세의 죽음을 발판으로 자신의 생명을 구하면서 비롯된다. 순환적 구조로 그려지는 애증과 분노는 스페인 전쟁의 종전과 함께 파국을 맞는다.
<붉은 다람쥐> La Ardilla roja l The Red Squirrel l 훌리오 메뎀설정은 <하나와 앨리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히치콕. 주인공 호타는 교통사교를 당한 미녀를 구하고 그녀가 리사이며 자신과 4년간 사이라고 거짓말한다. 사실 호타는 4년동안 사귄 애인에게 버림받은 처지다. 병원을 벗어나 붉은 다람쥐라는 캠프장을 향하면서 그들의 운명은 시시각각 변해간다. 절묘한 음악과 정교한 플롯의 미스터리 스릴러
<대지> Tierra l 훌리오 메뎀라틴영화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멜로드라마의 낭만적 로맨스로 짜여지는 태피스트리. 열아홉살의 앙헬은 자신을 천사라고 믿는다. 그는 포도에 균을 만드는 해충을 구제하려고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로 향하고, 그곳에서 앙헬라와 마리라는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성경의 도상학적 차용과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공간의 구성이 인상적이다.<북극의 연인들> Los Amantes del Circulo Polar l 훌리오 메뎀반복과 순환을 한 남녀의 일대기적 사랑을 통해 그려낸 작품. 8살부터 시작된 남녀의 사랑은 부모에 의해 좌절되고 젊은이로 자란 그들은 북구 핀란드에서 재회한다. 감독의 이름처럼(Medem) 앞뒤로 읽어도 똑같은 점에서 착안한 이름의 주인공 아나(Ana)와 오토(otto)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랑이 맞이하는 굴레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작품.
<섹스 앤 루시아>Lucia y el sexo l 훌리오 메뎀실연을 겪은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루시아는 아픔을 잊기 위해 지중해의 섬으로 떠나간다. 자유분방한 엘레나를 만나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루시아. 풍광과 인간의 중첩, 환상과 현실의 들고남을 통해 대담하게 섹슈얼리티의 세계를 그려낸다. 파스 베아의 연기만으로도 즐거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