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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하전영의 대표 주자 - 유릭와이

<세계>는 최초로 내놓는 지상영화

<세계>에서도 역시 촬영을 맡았다.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들려달라.

<세계>는 2, 3년 전부터 지아장커와 해오던 이야기다. <세계>는 산시성 바깥으로 벗어나 만든 영화이고, 지하영화가 아닌 최초의 지상영화라는 점에서 실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작과 달리 어떤 모색이 있었는지, 또 하나는 중국시장에서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질지, 중국 관객은 어떤 태도로 이 영화를 수용하게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감독으로서 추구한 비주얼 컨셉은 무엇이었나.

지아장커가 원하는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 신경을 썼다. 포맷상으로는 시네마스코프를 사용했다.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굳이 따로 비주얼 컨셉을 정해둘 필요는 없었다. 그와는 영화적 이념들이 같고, 그래서 신뢰가 있다. 그렇다고 그와 작업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든 챈의 <A1>이라는 홍콩 상업영화도 찍었고, <화양연화>에도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아시아나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원평>은 학생 때 만든 영화다.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소재나 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선 이 영화에 경극 배우가 등장하는데, 흔한 경극 배우는 아니고 전통적인 희극 배우다. 그 안에서도 화단이라고 불리우는 여장 남자 역을 하는 배우다. 극단이 해체되면서 혼자 나와 허름한 천막을 쳐놓고 공연을 하는데 그의 공연을 보는 이들은 대부분 하층민이고 노동자다. 이 사람은 관객에게 호소하기 위해 여장 남자뿐 아니라 매춘부들을 흉내내는 의상을 입고 쇼를 한다. 그 당시에 이 영화를 찍었을때는 특별한 야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한 인물을 어떻게 완전히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희극은 수준이 높은 문화예술로 인식된다. 그러니까 이 배우가 처한 상황은 황당한 광경이다. 고상한 일을 했던 사람이 저속한 배우로 전락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니까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짧은 무성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봐도 좋다. (웃음) 내게는 무척 소중한 영화다. 무성영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걸 찍을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무성영화가 갖고 있는 순수한 영화언어에 관심이 많다. 반면 문학적인 방면으로는 그리 자질이 없는 듯하다. 그전에도 작업은 했었지만 진지하게 사람들에게 보여준 첫 번째 작품이어서 애착이 간다.

연출과 촬영을 병행하고 있다. 이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 장편영화 <천상인간>을 연출할 당시에는 내가 촬영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첫 테이크를 찍고 나서 곧바로 그만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카메라를 드니까 프레임 안에 있는 것들만 신경쓰게 되더라. 배우들이나 프레임 바깥에 대해선 놓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후로는 연출을 할 때는 내 욕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점에, 카메라를 들 때는 감독의 영화에만 헌신할 수 있도록 신경쓴다.

<천상인간>은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사람들에 관한 영화이고, <명일천애>는 국적 불분명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유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다.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 홍콩에서 벨기에로 유학가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가 베이징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고. 매 순간 이민자 같은 생활들이었기 때문에 지역적이거나 토착적인 성격이 내게는 부족한 것 같다. 유랑이라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지만 더 중요한 건 심리적인 소외감이라고 할까. 그 심리적인 요소들이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지역적인 이주나 이동들로 표현되는 것 같다.

확정된 연출 혹은 촬영 작품이 있는가.

앞으로 반년은 홍콩이나 대륙쪽 영화를 촬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내년 후반부에 가서야 내 연출작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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