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11월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 민주노총,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해외작품 15편, 국내작품 11편으로 모두 26편이다.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해 행사는 ‘제4차 세계대전’이라 불리는 자본주의 세계화 시대 속에서 세계를 바꾸어 나가려는 다양한 노력과 이 가운데 드러나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내쫓긴 스페인 정보통신업체 여성 노동자들이 187일 동안 거리에서 벌이는 농성투쟁을 그린 <이구아쥬 효과>,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한 여성을 통해 청소 용역 노동자의 삶을 그리는 <켄과 로자>, 사회주의적 착취 구조 속에서 허덕이는 <메이드 인 차이나>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 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그린 <계속 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 현대중공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조의 문제를 다룬 <절망의 공장-현대중공업 그리고 비정규직>,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담은 <노란 카메라> 등은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비추는 영화들이다. 이 행사의 입장료는 무료지만, 서울아트시네마를 대관하는 만큼 주최쪽은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lnp89.org/8th/)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중 개·폐막작 등 5편을 미리 만나본다.
<볼리바리안 혁명: 베네주엘라 민중의 삶과 투쟁>
개막작. 베네수엘라는 세계 4번째 산유국이자 6위 물 생산국이지만 인구의 80%는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부의 80%를 통제하고 있는 상위 5%와 이곳의 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 자본의 지배 속에서 신음하던 베네수엘라 민중은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1989년 대대적인 시위에 돌입한다. 이 시위가 무참하게 진압된 지 3년 뒤 차베스 장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하고 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세운다. 이름하여 볼리바리안 혁명. 베네수엘라의 전설적인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를 계승한다는 이 정부는 분배와 자원 보호 위주의 정책을 집행한다. 온갖 반혁명 기도 속에서 차베스가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 다수 민중의 지지 덕분이라는 것을 이 다큐는 보여준다.
<점거하라, 저항하라, 생산하라!>
폐막작.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집권 뒤 주요 산업의 해외매각, 다운사이징 등을 펼치며 경제개혁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곧 재앙으로 돌변한다. 공장은 문을 닫고, 산업은 준공황상태에 빠졌다. 여기 자동차 부품 공장에 다니다 회사가 문을 닫아 쉬고 있던 노동자들이 빈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들은 공장을 점거한 뒤 공장주와 경찰의 협박 속에도 이곳을 지키며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속에서 완전한 자치주의가 실현되는 자본주의의 사각지대이자 새로운 사회관계의 실험장인 이곳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체제 속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을 조명한다.
<갈증: 물은 누구의 것인가?>
볼리비아에서 세 번째 큰 도시 코카밤바의 물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관리를 맡은 뒤 물값을 30∼300% 인상해 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같은 일은 미국과 인도와 아프리카 등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물조차 상품화하려는 자본주의의 탐욕과 이에 대한 저항을 담은 이 영화는 물을 장악하려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에는 전세계적인 저항만이 해답임을 보여준다.
<식량의 미래>
비료, 살충제, 제초제, 종 개발 등은 농업생산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했지만 지구의 기아문제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농업자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과잉생산되면서, 각국에 대한 무역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건강을 무시하고 세계적인 기아문제를 외면한 채 자본의 논리만을 좇는 농업자본을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KPFA-주파수는 민중의 것이다>
미국 서부 버클리에 자리한 KPFA는 세계 최초의 진보적인 라디오 채널이다. 전쟁 중 평화를 희구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1949년 문을 연 이 방송사는 그동안 매카시즘, 흑인인권운동, 베트남전, 동성애 등 세상의 민감한 이슈를 진보적인 시각으로 다뤄왔다. 1999년 방송사 매각 움직임에 공동체가 앞장서서 이를 막아낼 정도로 뿌리를 내린 저주파 방송사 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