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 Water Under a Red Bridge 2001년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출연 야쿠쇼 고지
<캐치온> 10월19일(화) 새벽 1시45분
이마무라 쇼헤이는 1960년대 새로운 일본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었으며 최근까지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한 드문 사례다. 일본사회의 하층민들에 관한 관심, 역사사건에 관한 풍자적 묘사, 그리고 적나라하게 관능적인 기운까지 포괄하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퇴락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미를 더하면서 흥미로워진 구석이 없지 않다. 가히 ‘인류학적’ 시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의 특징은 근작 <우나기>에서도 변함이 없었으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은근한 유머까지 겸하고 있는 노장 감독의 역작이 되었다.
실직한 요스케는 직장을 구하러 다니던 중 알고 지내던 타로를 찾아가지만 그는 세상을 떠난 뒤다. 대신 타로와 함께 지내던 사람을 만나는데, 그는 타로가 남긴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어느 마을에 있는 붉은 다리의 옆집에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요스케는 아내로부터 돈문제로 골치아픈 요구를 받고 있던 터라 별 생각없이 붉은 다리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요스케는 붉은 다리 곁의 집에서 이상한 여인 사에코를 만난다. 요스케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랫도리를 벗고 달려드는 여인은, 섹스를 시작하자마자 물을 뿜어낸다. 그리고 물이 방 안을 넘쳐 강으로 흘러들자 물고기가 몰려든다. 기이한 것은 물을 이렇게 빼지 않으면 여인은 도벽이 발동된다는 것. <일본곤충기>(1963)과 <호스티스가 말하는 일본 전후사>(1970), 그리고 <간장선생> 등에 이르기까지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에서 하층 여성과 섹스, 그리고 역사적 비유의 흔적은 곧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1960년대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와 거칠게 비교하면, 좀더 심플하고 정겨운 우화에 근접한다. 그리고 판타지를 겸비하면서 한편의 여성 예찬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성의 몸에서 물이 솟구치고, 이후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등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감독의 전작 <나라야마 부시코>(1983)가 여성의 모성을 예찬하는 한편의 판타지였다면,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여성의 육체에 관한 은근한 농담이자 성적 판타지에 가깝다. <우나기>에 출연했던 야쿠쇼 고지와 시미즈 미사가 출연하고 있으며 두 배우의 연기호흡은 어느 영화보다 자연스럽게 보인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