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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영화견본시 개점휴업 위기
김혜리 2004-10-20

바이어 규모 예전의 절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영화견본시의 일정조정과 미 인디영화계의 불황

지난 10월12일 개막한 제71회 밀라노영화견본시(이하 MIFED)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10월16일 폐막하는 MIFED 2004에는 유럽 중심으로 142개사가 참가하고 222편의 신작이 공개됐지만, 많은 미국과 영국 회사들의 불참으로 행사장 피에라 디 밀라노에 설치된 부스의 숫자는 예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통의 MIFED가 이처럼 ‘호객’에 실패한 가장 큰 표면적 원인은 통상 매년 2월 열리던 미국영화견본시(이하 AFM)가 올해부터 11월 초로 일정을 옮겼기 때문. 몇주 뒤 샌타모니카에서 열리는 AFM을 두고, 굳이 밀라노를 찾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MIFED가 일찍이 경계했던 바다. 단기적 대응책으로 MIFED는 칸 TV마켓 MIPCOM과 MIFED 사이 주말의 고급 호텔 공짜 숙박과 각종 할인을 제안했으나 주말을 동업자 100명과 한 호텔에서 지내라는 제안은 바이어들에게 그다지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MIFED는 10월 초에, 2005년부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휴해 견본시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카를로 바시 MIFED 운영위원장은 <데일리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베니스가 칸이나 베를린처럼 모든 영화의 시장이 될 필요는 없다”며, 전통적인 참가자들을 밀라노로 불러 3, 4일간 견본시를 진행하고 그들 중 일부와 함께 예술영화 중심의 리도 마켓으로 이동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많은 중요 영화사들은 내년에 밀라노를 찾겠냐는 질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니스영화제와의 제휴가 MIFED를 도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위기는 비단 밀라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거시적으로는 최근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계가 맞은 불황이 모든 마켓을 침체시킬 것이라는 해석. <할리우드 리포터>는 인디영화의 주요 공급자였던 프랜차이즈픽처스의 파산 신청,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를 통해 독립영화를 제작·수입해온 MGM의 매각 초읽기, 인디 영화계의 거물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미라맥스를 떠나 미니 스튜디오를 차릴 것이라는 풍문 등을 악재로 꼽았다.

미국 내 배급 계약이 제작비 펀딩에 결정적인 인디영화의 특성상 이들의 퇴각이 견본시에 일으킬 파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다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20년 만에 맞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탄식하는 독립 영화사들의 제작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MIFED뿐 아니라 모든 마켓이 진화해야 할 것”이라는 카를로 바시 MIFED 위원장의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