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소년의 슬픔은 그쳤나요, <소나기는 그쳤나요?> 촬영현장
글·사진 이혜정 2004-10-18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마당에서 고추를 손질하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 써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티없이 맑고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황순원 소설 <소나기>의 종결부이다.

장진 감독의 <소나기는 그쳤나요?>는 여름방학 동안 서울에서 온 소녀와 짧지만 지독한 사랑을 경험한 소년이 소녀가 죽고 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다. 이미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사라져 촬영지를 고르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순수함이 남아 있는 전북 고창 귀주마을에서 촬영을 했다. 이곳만큼 소설 <소나기>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느낌을 간직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 옴니버스영화 <1.3.6>의 하나인 이 작품은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10월22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