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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성자의 순결한 일대기,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2004-10-14

Francesco, giullare di Dio

1950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

출연 알도 파브리치

EBS 10월16일(토) 밤 12시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흔히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무방비도시>(1945)와 <독일 영년>(1947) 등의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의 기틀을 다질 뿐 아니라 당시로선 촬영방식이나 제작방식이 혁신적이었다. 로셀리니에게 영화제작이란, 작가가 글을 쓰거나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처럼 영화도 창작자의 사적 면모와 직접성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 방식은 이후 페데리코 펠리니 등의 감독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네오리얼리즘을 규정하는 여러 항목 중 하나가 되었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에서 성 프란체스코는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기도 했지만 또한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성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가 27살이던 당시, 프란체스코는 어느 작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며, 문둥이를 깨끗하게 하고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며,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는 마태복음의 글을 듣게 된다. 이것이 성 프란체스코에게 하나의 커다란 계기로 작용한다. 그는 이 말이 자신을 위한 가르침임을 알게 되고 가르침대로 신발과 지갑과 지팡이를 어디론가 던져버린다. 그는 병자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고 시간이 흐른 뒤 숨이 끊기는 순간까지 ‘피조물들의 노래’를 부르며 미소짓는다.

<독일 영년> 이후 몇편의 영화에서 로셀리니 감독은 도덕과 순교의 주제를 다룬 바 있다.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역시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이 도덕적이고 순수한 정신세계와 마주치는 극적 순간이라 할 만하다. 네오리얼리즘 대표작들이 그렇듯 영화 속 배우들은 전문배우가 아니라 실제 수도승들이 연기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에 배어 있는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함의 분위기는 그러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바쟁은 언젠가 로셀리니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예술이 음악적인 것에 가깝다고 논한 적 있다. 로셀리니의 영화가 일종의 스케치를 연상케하며 화면은 실제로 묘사하는 것 이상을 가리킴을 지시하는 것이다. 그런 ‘단편작가’로서 로셀리니의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