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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에 가을빛 서정 넘실
2004-09-23

가을 한국영화계는 '서정'으로 물든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족>을 필두로, 지난 17일 개봉한 <슈퍼스타 감사용>, 오는 23일 개봉하는 <꽃피는 봄이 오면>, 다음달 8일 개봉하는 <우리 형> 등 추심(秋心)을 물들이는 작품이 이어진다. 이들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잔잔한 감동을 모토로 삼았다. 간혹 자극적인 장면도 있다. '가족'과 '우리형'이 그러하다. 폭력이 소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 역시 주제는 뜨끈뜨끈한 가족애다. 가을 관객들을 감동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감사용>과 <꽃피는 봄이 오면>은 비루한 사나이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가진것 없고 실력도 없다. 하지만 꿈은 있다. 아니, 꿈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일상이고, 그 자체가 소중하다. "오늘도 또 졌습니다"라는 스포츠캐스터의 말을 등뒤에 달고 다니는 야구 투수와 오디션이라고 응시만 하면 매번 낙방하는 트럼펫 연주자. 참 볼품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인생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있고, 누구나 '꽃피는 봄' 대한 기대를 가슴 한 구석에 묻고 사는 것이다. 거기서 잔잔한 감동은 솟아난다.

그뿐이랴. 이들 영화 역시 엄마라는 아킬레스 건을 놓치지 않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엄마 김수미의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고, <꽃피는 봄이 오면>의 엄마 윤여정은 자애로움으로 짠하게 다가온다. 이들 영화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가 '못난 자식'이라는 것이다. 하나같이 엄마(혹은 아빠)한테는 죄인이다.

<가족>의 수애는 소매치기에 살인미수로 감옥을 다녀온 후에도 뭐 잘났다고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대든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는 곱게 다니라는 직장을 때려치더니, '기껏' 꼴찌 야구팀의 투수가 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은 돈 안되는 음악을 하겠다며 청춘을 보내고, 약혼녀마저 잡지 못하는 처지. <우리 형>의 원빈은 허구헌날 싸움질에 엄마가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불려다니게 만든다.

그 때문에 참으로 지난하고 지지리궁상이다. 여세를 몰아 과잉의 혐의도 짙다. 관객의 감성을 철저하게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니 어느 대목에서건 눈물 한방울 안 흘릴 수 있겠는가.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가장 얌전한(?)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 네 번이나 울었다고 영화 홈페이지에 고백한 관객도 있다.

그러나 사실 뭐 어떤가. 옷깃을 여미는 가을. 저 밑에 숨겨뒀던 감성의 숨구멍을 한껏 열고 대대적인 환기를 시켜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즐거움이 없다고 해도 배꼽 잡는 코미디에만 기댈 일은 아니다. 다소 지루하거나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해도 이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카타르시스만한 쾌감도 없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