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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장정진, 녹화 도중 기도 막혀 중태
2004-09-14

인기 성우 장정진(51) 씨가 TV 녹화 도중 기도가 막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장씨는 지난 13일 오후 7시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진행된 KBS 2TV <일요일은 101%> 코너 '골목의 제왕'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이대 목동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상태가 심각해지자 같은 날 오후 9시께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졌다. 장씨는 호흡곤란에 의한 산소부족으로 뇌손상을 크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장씨는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자마자 기도가 막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를 보고 같은 프로에 출연 중이던 하일성, 이병진, 강병규, 성동일 씨 등 출연자들이 달려가 목에 걸린 떡을 꺼내려 시도했고 인공호흡도 실시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구급차를 불려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장씨를 옮겼으나 그는 계속 의식불명상태였다. 두시간 가량 호흡곤란이 계속돼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진 장씨는 현재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다.

담당의사 윤모씨는 "호흡을 하지 못해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며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고, 상태가 호전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씨가 출연한 '골목의 제왕'은 스타들이 자신의 고향 대표로 출전해 고향진흥기금을 놓고 추억의 놀이를 벌이는 코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장씨는 1977년 KBS 성우 15기 출신으로 만화 <삼국지>의 장비,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원피스>의 미호크 등의 목소리 연기로 그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TBC 성우상, KBS 연기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연예인이 무슨 차력사인가

장정진 질식 사고, 무리한 시청률 경쟁이 원인

결국 무리한 시청률 경쟁이 원인이었다. 13일 KBS 2TV <일요일은 101%> 녹화 도중 발생한 성우 장정진 씨의 질식 사고를 통해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들이 내보내고 있는 자극적인 게임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주말 오후 황금 시간대에 포진한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은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고 경쟁적으로 강도 높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5시 50분에 방송되는 KBS 2TV <일요일은 101%>는 물론 MBC TV <질풍노도 라이벌>(토요일 오후 6시 5분), SBS TV <실제상황 토요일>(토요일 오후 5시 50분), <일요일이 좋다>(일요일 오후 6시) 등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부담이 될 정도로 출연진을 혹사하는 코너를 방송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상대의 얼굴을 때리거나 철봉에 매달려 발로 상대를 제압하는 등 보기에도 아찔한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출연자들을 군에 입소시켜 가스실과 유격 코스를 체험하게 하는 코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출연진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심형탁은 작년 SBS TV의 <뷰티풀 선데이> 녹화 때 격파 게임을 하다가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룹 신화의 전진은 2002년 촬영 도중 텀블링을 하다가 바닥에 머리가 부딪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원은 얼굴에 부상을 입어 한동안 활동을 못했고 핑클의 옥주현은 2000년 계단에서 뛰어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발목에 골절상을 입어 목발을 짚고 다녔다.

이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한 연예인은 "우리도 홍보가 필요해서 출연하지만 게임 내용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방송 현장에 별다른 의료 인력이 배치되지 않는 등 안전 장치가 미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장정진씨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녹화 현장에는 제대로 된 응급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 장씨가 입은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방송가의 무리한 게임 진행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