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쾌거가 전해진 12일 이승연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폐막식에 앞서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승연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늘(12일) 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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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2004] 이승연, “너무 좋고 얼떨떨” 재희, “김기덕은 천재”
2004-09-13

<빈 집>의 두 주연배우 인터뷰

"너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떨떨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빈 집>의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쾌거가 전해진 12일 이승연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폐막식에 앞서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승연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늘(12일) 새벽 수상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한동안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좋고, 김감독님께 정말 축하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이 일이 내게 얼마만큼 좋은 것인지, 또 내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축하한다.

사람들이 너무 좋겠다고 축하해주는데 아직은 얼떨떨하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가 곰인 것 같다.

수상 가능성이 높았는데 폐막식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

안 그래도 감독님께 '우리가 다 같이 있을까요'라고 물었지만, 감독님도 반대를 하시고 우리도 여력이 되지 않아 먼저 돌아왔다. 감독님은 마치 상 때문에 모두 기다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감독님 스스로도 영화제에 예의를 다하기 위해 끝까지 남아계신 것이지 상을 바란 것은 아니셨다.

현지 반응이 좋았다. 수상을 예상했나.

사실 현지 반응을 봐서는 상을 탈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라고 다 상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주위에서 그러더라. 나중에는 진짜 우리 모두 상에 대해 초연했다. 그러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니 처음에는 황당하기도 했다.

기립박수까지 받았던데.

정말 반응에 깜짝 놀랐다. 현지 관객들이 영화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좋았다. 우리가 예상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많이 웃고 재미있어 했다. 특히 늘 남편에게 맞고 살던 내가 한번은 남편의 따귀를 때리니까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관객들이 완전히 영화에 몰입돼 통쾌해했다. 나야 국제영화제에 처음 간 것 아닌가.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아 '이게 뭘까' 어리둥절했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감독님과 나, 재희를 둘러싸고 20분간 박수를 쳤다.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로 소감이 어떤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인생에 역경이 너무 많아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빈 집> 출연은 깜짝 뉴스였다.

그동안 일을 즐기면서도 했고, 힘들어하면서도 했다. 그런데 <빈 집>은 내 인생에서 태어나서 제일 힘들 때 찍은 영화다. 많이 고민했고, 어렵게 결정해 찍은 영화라 촬영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일에 몰입했던 것 같다. 촬영 자체도 20일만에 끝났으니 눈깜짝할 사이에 끝난 것이다.

<빈 집>은 이승연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을 할 수 있을 때는 일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일을 못하게 되면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난 내가 그렇게 속물인지 몰랐다. 일을 못하게 되니까 정말 일하고 싶었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꼈다.

극 중 노출이 있다.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웠을텐데.

부담이 안 됐다면 이상하다. 하지만 내가 그 연기를 잘 할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창피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다만 잘 알다시피(누드집 파문 이후라) 시점상 고민됐고, 우려됐다.

김감독이 배려를 많이 해줬다는데.

샤워 후 옷 갈아 입는 장면 등에서 쓸데없이 살이 보이는 부분 등은 잘라주셨다. 감독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찍을 때도 그랬고 찍은 후에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날려버렸다.

앞으로 계획은.

전혀 없다. 백수다. 내가 원래 주위 반응 살피면서 행동하는 데 서툴다. 그저 계속 작업할 수 있기 바랄 따름이다.

"김기덕 감독님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의 수상을 축하드리고,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지시길 바란다." <빈 집>의 남자 주인공 재희(24)는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 소식을 12일 오후 3시께야 전해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충분히 상을 받으실만한 분이 받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역량 있는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 행운이다"며 웃었다. 그는 "김 감독님은 저예산으로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분이다. 감독님은 아무래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평가를 받는데, 모쪼록 이번에는 국내에서도 왜곡된 시선이 아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사진은 <빈 집>에 출연중인 재희)

재희는 김 감독의 '천재성'에 대해 "불필요한 부분을 철저한 계산으로 없애며 촬영하는 분이다. 그런 것은 아무나 못한다. 대다수의 작업이 많이 찍은 것 중 편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감독님은 그런 것이 없다. 전체를 보는 눈도 뛰어나고 배우가 놓치고 가는 부분도 정확히 짚어주신다. 촬영장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빈 집>이 베니스에서 호평을 받은 것에 대해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2000명의 관객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것도 처음이고, 외국인들이 <빈 집>의 주연배우라고 알아봐주고 칭찬해준 것도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웃었다. 본명이 '이현균'인 재희는 1996년 MBC 드라마 <산>에서 감우성의 아역으로 출연했으며, 2000년 영화 <해변으로 가다>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2003년 KBS <당신 옆이 좋아> 이후 1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빈 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