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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벽’ 넘은 표민수 피디

<풀하우스>가 올해 <한국방송>(KBS) 최고 흥행기록을 남기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조사회사인 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를 보면, 2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40.2%로 <풀하우스> 방영 이후 가장 높았다. 16회 전체 평균 시청률은 31.9%로 문화방송 <대장금>과 에스비에스 <파리의 연인> <천국의 계단> 다음이었다.

<풀하우스>의 선전은 상반기 드라마 부분에서 특히 취약성을 드러내며 고전하던 <한국방송>의 시청률 저하 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동시에 표민수 피디 개인에게도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우울한 분위기를 빼어난 영상언어로 표현하며 ‘작가주의’ 드라마 피디라는 상찬을 받아왔다. 그러나 비평적 환호와 마니아의 호응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청률은 번번이 20% 벽에 가로막히며 대중적 흥행에는 실패를 거듭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풀하우스>로 마침내 흥행감독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것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았던 기존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 눈길잡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풀하우스>의 드라마화에 그가 적격일까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킨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전체 샷과 클로즈업의 자연스런 전환과 풍광을 남용하지 않는 깔끔한 영상, 음악의 효과적인 사용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예계 스타와 미디어 재벌, 인기 디자이너 등 화려한 배경이 이야기를 압도하지 못한 점, 사랑과 이별에 모두 쿨한 신세대적 감성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차츰 사랑의 느낌과 표현법에 눈떠가는 미묘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점 등도 표민수식 연출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연출자의 이런 절제미가 아니었다면, <풀하우스> 역시 자칫 로맨틱 코미디가 빠져들기 쉬운 시끌벅적한 남녀간 밀고당기기의 중계에 그치고 말았을지 모른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 배경과 성격 다른 두 남녀의 사랑만들기만으로 끌고가기에는 16부가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 점이 그 하나다. 좋아한다와 아니다, 고백할까와 아니야의 반복이 16회 내내 조금씩 양상만 달리한 채 이어졌다. 이 때문에 10회를 넘어서면서는 꼭 보지 않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상투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관습과 압력 가운데서 개인의 삶의 진실을 드러내려 했던 그의 ‘작가주의’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잘 만든, 그래서 보기에 즐거운 드라마였지만, 아옹다옹의 통속적 다툼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회적 의제나 작가적 자의식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시청률의 벽 하나를 넘었다. 그가 새로운 작품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가 ‘웰메이드’ 드라마 연출가를 넘어, ‘작가’의 서명을 담은 작품과 함께 돌아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