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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잔치에 16·..5mm 고전 ‘시선집중’
2004-09-03

‘서울넷앤필름페스티벌’22일까지 열려

디지털 영상매체의 발전에 주목하고서 지난 99년 출범한 영화제 ‘서울넷페스티벌(세네프)’이 올해 5회 행사부터 ‘서울넷앤필름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꿨다. 행사운영도 온라인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넷페스티벌’과 오프라인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필름페스티벌’로 나누고 행사 기간도 분리했다. 넷페스티벌은 지난 5월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www.senef.net에서 장단편 100편을 상영중이다. 그래도 극장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볼 때 영화의 묘미가 사는 법. 올해의 오프라인 행사, 즉 필름페스티벌이 15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올해부턴 이 영화제가 3억원의 국고 지원금을 받게 돼 부산국제영화제(국고지원금 10억원), 부천·전주·광주국제영화제(〃 5억원)에 이어 서울여성영화제(〃 3억원)와 함께 국내 6대 영화제의 하나가 됐다. 여기에 맞춰 올해 오프라인 장·단편 상영작수도 256편에 이르며, 디지털영화뿐 아니라 최근 주목받는 작품과 영화사의 고전이 된 16㎜·35㎜ 필름 영화의 편수도 크게 늘렸다. 상영관도 서울 허리우드 극장 3개관과 인근 사간동의 서울아트시네마로 한데 모아 관람의 편의를 높였다. 예매 www.senef.net , www.movieok.co.kr , 문의 (02)518-4332.

거장들의 디지털 영화

디지털 영화를 다루다보니 생소한 감독의 이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 영화제에서 가장 대중적인 섹션은 낯익은 감독들의 디지털 영화가 포진해 있는 ‘우리 시대의 시선’이다. 97년작 <체리향기>의 에필로그 작업 중 화재로 소실된 부분을 비디오카메라로 보충하면서 디지털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디지털카메라의 롱테이크로 5가지 풍경을 찍은 <파이브>와, 자신의 영화 <텐>을 찍으면서 영화만들기에 대한 10가지 주제를 강의하는 <‘텐’에 대한 10개의 강의>가 상영된다.

오프라인 부문만 256편 상영, 키아로스타미 디지털 강의에 매트릭스 패러디 ‘레고 애니’ 눈길

영국의 피터 그리너웨이도 최근 디지털로 <털스 루퍼의 가방> 3부작을 만들기 시작해 1부를 2003년 칸영화제, 2부를 올해 초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했고 마지막 3부를 지난 1일 개막한 베니스영화제에서 튼다. 올해 세네프 영화제는 그 2부를 가져와 개막작으로 상영한다. 주인공 털스 루퍼가 2차대전을 전후해 유럽에서 겪는 정치, 문화적 에피소드 세개로 구성된 이 영화는 20세기 문명사의 희비극을 탐구한다. 칠레에서 활동하다가 70년대초 피노체트 집권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한 라울 루이즈의 2003년 디지털 영화 <살인의 취향>(사진)도 관심을 끈다.

1920년대 아날로그 영화

디지털에서 영화사로까지 관심을 넓힌 올해 행사는 1920년대 유럽의 공상과학 장편영화 두편을 튼다. 생명소생 기술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프랑스 마르셀 레르비에의 23년작 <비인간>,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회주의 혁명 이야기인 러시아 야코프 프로타자노프의 24년작 <에리타-화성의 여왕> 두편은 100% 아날로그로 연출된, 그러나 당시로선 첨단 스타일의 화면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페르낭 레제, 마르셀 뒤샹, 한스 리히터, 라즐로 모흘리-나기 등 20세기 초의 쟁쟁한 미술가들이 16㎜ 카메라로 찍은 단편 영화들도 상영한다.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지만 전투적인 자세로 영화언어의 리얼리티를 추구해온 장-마리 스트로브의 영화 8편도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다.

레고 애니메이션, 100편의 뮤직비디오

어린이 장난감 레고 모형을 가지고 만드는 건 85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번 영화제는 1~3분 분량의 레고 애니메이션 18편과 52분짜리 <레고 영화의 기원>을 튼다. <매트릭스>의 네오와 스미스 경관 결투장면을 패러디한 <레고 매트릭스>, <레고 스파이더맨>, <레고 미이라> 등이 포함돼 있다. 17일 자정부턴 연쇄살인범에 대한 가짜 다큐멘타리인 줄리안 리처즈 감독의 <라스트 호러 무비> 등 자극적·엽기적인 디지털 영화 네편을 심야상영한다. 18일 밤엔 5시간50분 동안 블러, 라디오헤드, 비욕, 매시브어택, 벡 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100편을 튼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