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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1억4천만원 적자, 그러나 값진 경험”
2004-08-26

연극 '선데이 서울' 제작.주연 맡아 한껏 성숙

"돈이 남아 돌아 연극작품을 제작한다는 왜곡된 시선도 있어 서운하지만, 그래도 전 값진 경험을 했어요." 지난 15일 자신이 제작, 주연한 연극 '선데이 서울'과 아듀를 고한 배우 배두나(25)가 한껏 성숙해진 모습이다. 배두나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온 열정과 의지를 갖고 했던 작품이 끝나고 나니 너무 섭섭하다. 마지막 공연 직후에는 북받쳐 오르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좀 진정됐다"며 웃었다.

그는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선데이 서울'의 무대에 섰다. 3류 인생의 삶을 그린 이 연극에서 배두나는 세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생애 첫 연극 나들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데, 이 연극은 그가 제작까지 한 작품이다. 2002년 '로베르토 쥬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연극인데, 전작의 총제작비가 5천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선데이 서울'에는 그 세 배에 달하는 1억 4천만 원이 투입됐다. 결과? 적자를 각오하고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비참했다.

"적자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했어요. '선데이 서울'은 거의 연극계의 블록버스터였어요. 대학로의 잘 나가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무대 연출에도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라는 배두나는, 그래도 결과가 어땠냐고 재차 묻자 "완전 적자라니까요!"라며 귀엽게 목소리를 흘겼다. 하지만 이번 연극 출연은 그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안겨줬다. 한 달 꼬박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연기의 기본을 다진 지난 시간들은 배우 배두나의 인생에 기름진 거름이 될 터.

배두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일하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고된 작업이었어요. 무대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반복하는 과정이 마치 극기 훈련 같았어요"라며 웃었다. 무엇보다 그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노래를 시키면 너무 떨려 울곤 했어요. 그랬던 제가 한달간 무대에 섰으니 얼마나 대견해요." 관객 중에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선데이 서울'의 원작자이기도 한 박 감독은 객석에서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감독님이 제일 웃겼어요. 연극을 보면서 시종 웃는 거예요. 끝나고 나서는 '내가 널 알아서 그런지 왜 그렇게 너만 나오면 눈물이 나냐'는 엉뚱한 말씀을 하기도 하셨는데, 공연하면서 계속 박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는 또 "관객의 반응이 참 무서웠어요. 영화 찍을 땐 몰랐는데, 바로 앞에서 마주한 관객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어요. 웃어야 할 때 안 웃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호응이 엄청 많았어요. 공연 하면서는 그날그날 관객의 반응에 많이 좌우됐어요"라는 말로 관객과 나눈 첫 경험을 설명했다.

연극 배우인 어머니 김화영 씨(배두나와 함께 <고양이를 부탁해> 등의 영화에도 출연한 바 있다)의 영향으로 연극계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배두나는 "이번 공연 역시 연극계가 조금이라도 활성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어요. 제 자신 쉽게 번 돈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투자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저 역시 얻은 것이 많아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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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