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촬영으로 후끈 달아오른 현장에서 극중 '신석기'로 분해 추남 변호사를 연기중인 영화배우 이성재, 그리고 그의 상대역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대기업 안내데스크 직원 ..." />
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이제 옛날 모습이 기억 안나요”
2004-08-19

<신석기 블루스>에서 추남으로 대변신한 이성재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옛날 모습이 기억나지 않아요"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재즈바. 영화 <신석기 블루스>의 촬영으로 후끈 달아오른 현장에서 극중 '신석기'로 분해 추남 변호사를 연기중인 영화배우 이성재, 그리고 그의 상대역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대기업 안내데스크 직원 '진영'으로 출연중인 김현주를 만났다.

신인 김도혁 감독의 데뷔작 <신석기 블루스>는 어느 날 큰 사고를 당한 뒤 깨어났더니 엉뚱한 사람의 몸을 갖게 된 남자의 '대리 인생'을 다룬 영화. 한때 잘나가던 '얼짱' 변호사가 외모가 바뀌면서 겪는 애환을 코믹하게 그렸다.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은근히 비꼰 작품이다.

이성재는 이 영화에서 추남으로 '변신'하기 위해 특수제작한 치아 보형물을 끼고, 고수머리 파마에 눈썹을 밀어버리는 등 '과감한' 분장으로 촬영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확 바뀐' 자신의 외모에 무덤덤하다. "한꺼번에 바뀐게 아니라 차츰차츰 바뀌었거든요. 머리부터 시작했죠. 원래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아줌마 파마'를 하고, 며칠 뒤에 눈썹을 밀었죠. 그 다음에 보형물을 끼었구요. 처음에는 어색했죠. 안면 근육이 경직되는 고통도 있었구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옛날 제 모습이 기억 안 날 정도라니까요. 현재 변신에 만족스럽고, 즐기고 있어요" 이성재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적응하느라 오히려 애를 먹는 눈치다.

몸이 바뀌기 전의 신석기를 짝사랑했다가, 복직을 위해 추남으로 변한 신석기에게 소송을 의뢰한 '진영' 역의 김현주는 "완전히 바뀐 후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나 싶어 놀랐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첫 촬영 때 보면서 참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너무 귀엽고,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예의바른 발언을 덧붙였다.

변신을 위해 이 영화를 고른 것일까? 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의 이성재가 마구 '망가지는' 신석기 역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변신을 위한 변신을 위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외모에서 오는 변화가 약간 있었을 뿐이지, 변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캐릭터가 재미있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선택한 거죠.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뒤바뀐 몸이라는 소재가 특색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이전에도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더러 있었으니까요. 감독을 만나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같은 사랑 얘기를 다뤄도 <러브 액츄얼리>처럼 고급스럽고 독특하게 소화한 영화들이 있고, 김감독이라면 이 소재도 그렇게 만들거라는 신뢰가 갔습니다. 캐릭터에 매우 끌린 것은 물론이고, 촬영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현주는 "가끔 촬영하면서 역할이 바뀌어, 내가 추녀로 변하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여자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아마도 했을 것 같다"며 연기자로서 욕심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촬영하는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은 서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개인적으로 조금 긴장했거든요. 이성재씨가 그런 부분을 많이 없애 줬고, 이 때문에 자신감도 생겼어요. 자상하고 지적이지만, 재미있고 엉뚱한 면모도 얼마나 많은데요"(김현주) "촬영장 분위기는 김현주씨가 있느냐 없느냐로 좌지우지돼요. 아주 화기애애하게 제작하고 있습니다. 끝나고 나서 즐기는 약간의 음주가 결속력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죠"(웃음.이성재)(서울=연합뉴스)